이용훈 대법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잇따른 설화(舌禍)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이라는 말이 씨가돼 2000여만원 세금탈루 사실이 폭로된 데 이어 이를 해명하느라 엉겁결에 내뱉은 '수임내역 공개가능' 약속마저 관련 계약서가 이미 파기된 상태여서 불발탄에 그치고 말았다.

연이은 말실수로 사법부 수장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이 가해지고 있다.

담당 세무사의 신고누락이 초래한 파문치고는 너무나 어이없어 보인다.

그 역시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법원장이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법원의 잇단 영장기각은 여론의 등을 돌리게 했다.

지난 한 해 떠들썩했던 공판중심주의 공방은 법조계 나머지 2륜인 검찰과 변호사를 적으로 만들었다.

판사들조차도 그를 "계몽군주 같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형국이다.

"판사가 판결문으로만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그의 주장은 설화를 겪는 과정에서 설득력을 얻기는커녕 거부감마저 낳고 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사퇴운운하며 막무가내로 공세를 퍼붓는 측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도 사태이면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