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국제 상품가격을 지수화한 로이터/제프리CRB지수가 지난 주말 2005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품별로 지난주 구리 가격은 11%가 넘는 폭락세를 기록했고 유가 역시 7%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수급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상품가격과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했던 지난해 5월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8일 "지난주 나타난 국내 시장의 급락이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 때문이었다면 진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품가격 하락 등 글로벌 증시 전반의 구조적인 리스크 증대를 반영한 것이라면 추가적인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지난주 나타난 원자재 가격 급락에 대한 해석이 중요한데, 미국의 주택관련 지표들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제조업 지표 역시 양호했다는 점 등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품 가격 하락은 글로벌 경기의 둔화 가능성 보다는 글로벌 긴축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며 "중국의 지준율 인상과 미국을 제외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 등이 글로벌 긴축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주식시장에서의 유동성 이탈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주식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원자재가 하락은 고평가된 원자재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시장과 원자재 시장은 서로 다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번주에도 이머징 마켓에서의 외국인 매도세가 가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원자재-주식간 디커플링을 확인시켜주는 징표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우증권은 "에너지와 구리, 금 등에서 투기적인 순매수 포지션이 축소되고 있단 점에서 원자재 시장에 투입됐던 글로벌 유동성의 이탈이 한층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 한요섭 연구원은 "원자재 시장에서 이탈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이나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IT와 산업재 기업, 에너지 비중이 낮은 이머징 아시아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유동성이 방향을 정하기까지는 시간적인 갭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가 저점에 대해 속단하기 보다는 IT 업종에서의 긍정적인 시그널과 글로벌 유동성의 이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