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출 기업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동반 급락하면서 수출채산성과 가격경쟁력이 급격하게 약화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 유럽 등 기존 시장은 저가를 앞세운 중국 기업 및 첨단기술로 무장한 일본 업체들과 '피 튀기는' 전쟁을 벌여야 하는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국내로 눈을 돌리기엔 시장규모가 너무나 작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신시장'을 끊임없이 찾아야만 하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은 아직 '블루오션'으로 남아 있는 해외 유망시장과 이들 국가에 대한 진출 전략을 찾아보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에서 유럽,중남미,아시아,CIS(독립국가연합),중동·아프리카 등 5개 지역 KOTRA 본부장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을 먹여살릴 시장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및 신흥시장"이라며 "2007년을 신시장을 선점하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사회 = 정구학 한경 산업부 차장 ]

△사회=산업계에선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브릭스를 대체할 '포스트 브릭스'를 찾는 데 혈안이다.

포스트 브릭스로 꼽을 만한 국가는 어떤 곳이며,경제상황은 어떠한가.

연영철 중동·아프리카 본부장=중동 산유국들이 단연 눈에 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UAE 등 걸프 연안 6대 산유국은 지난 4년간 석유로만 900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들 국가는 최근 들어 오일달러를 신도시 개발,사회 인프라 구축,공업단지 조성 등에 투입하고 있다.

두바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석유화학,발전,담수 등 거대 SOC(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

또 다른 산유국인 시리아도 주목할 만하다.

아직 우리와 국교를 맺지 않았지만,한국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본격적인 개발을 원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선 2010년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산유국인 앙골라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나윤수 CIS 본부장=CIS도 비슷한 상황이다.

오일 달러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이 매년 2배씩 증가하는 국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자원개발 프로젝트 외에 아파트 및 SOC 건설 프로젝트 등이 유망하다.

CIS 지역에 가 보면 '소련이 망한 이유는 교통과 통신 때문'이란 말을 실감할 정도로 건축물은 낡았고,교통과 통신은 엉망이다.

CIS에 오일 달러가 넘쳐나는 이때 우리 기업들이 재빨리 들어가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이종호 중남미 본부장=중남미 국가들도 신시장으로 손색이 없다.

중남미 경제는 브라질과 멕시코를 양대축으로 연평균 4~5%씩 성장하고 있다.

작년엔 국내 중남미 투자펀드가 40%대의 수익률을 거뒀고,한국제품 판매신장률도 40%에 달한다.

지난해 200억달러 수준이던 우리기업 수출은 2010년에는 500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국가는 아르헨티나와 쿠바다.

아르헨티나는 2005년 9.2%,2006년 8.0%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쿠바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의 외교관계가 급진전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주요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도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류종헌 아시아·대양주 본부장=중국에 집중된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기업들이 아세안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에는 봉제 신발에서부터 가전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산업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화의 바람이 캄보디아 미얀마까지 불고 있다.

미얀마에 공업용 미싱 바늘 수요가 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미얀마는 정치적으로 폐쇄된 국가지만,최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섬유 산업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선인 유럽 본부장=동유럽도 우리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시장 중 하나다.

특히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는 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전체 EU(유럽연합)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는 최근 몇 년 새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면서 인건비 등이 크게 뛴 게 걸림돌이다.

아직 덜 개발된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이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폴란드는 지리적으로 독일 및 러시아와 가까운 데다 5000만 인구가 만들어내는 커다란 내수시장이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

△사회=각국의 시장상황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진출 업종과 전략이 달라질 텐데.

△이선인 본부장=일단 동유럽은 유로화가 강세란 점에서 원·달러 및 원·엔 환율 급락으로 고생하는 우리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 및 전자 부품 업체들의 동유럽 진출을 추천하고 싶다.

폭스바겐 벤츠 오펠 등 상당수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한국산 부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유럽에 생산기지가 없는 탓에 주문을 주저하곤 한다.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현지에 진출할 경우 현대·기아차 외에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연영철 본부장=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도 양상을 달리해야 한다.

과거에는 이들 국가가 대형 프로젝트를 실시하면 국내 기업들은 단순 시공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 중동 국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을 아예 파트너로 끌어들여 개발 계획에서부터 자금조달,시공,운영까지 맡기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단순시공보다 큰돈을 벌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이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잘 파악해야 한다.

이라크와 레바논은 조만간 '전후 복구 프로젝트'란 큰 시장이 열릴 것이다.

△이종호 본부장=중남미에도 초대형 프로젝트가 많다.

브라질은 19억달러를 들여 올해부터 상파울루 철도 현대화 작업에 들어갔고,콜롬비아는 카리브 유전 입찰을 실시한다.

중남미 시장 동향을 주목하면 우리 기업들에 많은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사회=CIS 지역은 유망한 분야로 자원개발 부문만 알려져 있는데.

△나윤수 본부장=중산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유통업 전망이 밝다.

통신망 등 SOC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국가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위주로 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전산화 초기 단계인 만큼 중소 SI(시스템통합)업체들도 진출을 노려볼 만하다.

또 이들 지역 인구가 2억명에 달하는 만큼 노동집약적 산업인 섬유·직물업도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종헌 본부장=아세안 지역에선 한류(韓流) 마케팅이 여전히 유효하다.

투자 상담을 하다 보면 현지인들이 먼저 '김삼순' '황진이' 등 한국 드라마로 대화를 시작할 정도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제품들도 한류 특수를 누리고 있고,페이스샵 미샤 등 화장품 업체들도 마케팅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한류마케팅은 여전히 동남아 시장을 뚫는 유효한 전략이다.

이 밖에 베트남 등지가 세계의 공장으로 탈바꿈하는 만큼 생산설비 및 기계산업 등이 유망하며,싱가포르가 조만간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무선 인터넷망을 갖추기로 한 만큼 국내 IT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사회=포스트 브릭스 국가들이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뜨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리스크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야 할 때 주의할 점은 어떤 것이 있나.

△나윤수 본부장=CIS지역은 우리가 수출할 것은 많은데 수입할 물품은 적다는 게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보호주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를 피하려면 직수출보다는 현지 진출을 통해 현지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선인 본부장=유럽은 물류문제가 심각하다.

동유럽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기존 로테르담,함부르크 항만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항만에서 내륙을 잇는 철도와 고속도로도 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에선 2~3년 내에 마비상태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할 경우 반드시 물류기지를 만들어 재고를 비축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다.

정리=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