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제형씨(33·가명)는 쌍춘년을 맞아 결혼하는 친구들이 유난히 많았던 지난해 남모를 속앓이를 했다.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해 수십 명의 여성을 만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좀처럼 결혼 상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력이나 학벌 등의 '스펙'이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한 여성들의 마음을 사기에 부족한 것 같다는 판단을 한 이씨는 지난해 9월께 처녀가 아닌 이혼녀로 타깃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일반 결혼정보업체 대신 재혼전문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한 것도 이 무렵이다.

올해 초까지 몇 명의 재혼 희망자를 소개받은 이씨는 "이혼 경력이 있는 여성들은 집을 가지고 있나,연봉이 얼마나 높나와 같은 외적인 조건에 덜 민감해 편하게 만날 수 있다"며 "올해는 신부감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혼녀와의 결혼을 원하는 초혼남이 급증하고 있다.

3일 재혼정보회사 행복출발(대표 김영란)에 따르면 결혼 경험이 없는 초혼남성 회원이 전체 남성 회원 비율의 8%에 달한다.

오미경 행복출발 홍보팀장은 "일반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해 중하위 등급을 받느니 차라리 재혼정보회사에서 프리미엄급 신랑감이 되겠다는 전략적인 목적으로 회원가입을 하는 남성 수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결혼에 골인하는 '초혼남-재혼녀' 커플 수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이 작년 7월 초 발표한 '200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05년 결혼한 부부 중 초혼남-재혼녀 부부 비중은 6.4%로 전년(6.1%)보다 소폭 높아졌다.

1990년(2.3%)에 비하면 무려 세 배 가까이 높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