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선 단련이 필요하다.
기업 활동에서의 단련이란 투자다.
적당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업의 체력이 바닥나고 이는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어떤가? 한마디로 처참한 수준이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직후부터 급격하게 떨어져 좀처럼 예전 수준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표적 기업 투자 관련 지표인 유형자산증가율은 외환위기 직전 15.4%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1.8%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설비투자증가율도 마찬가지.2001년부터 5년간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1.1%로 1991∼96년의 11.1%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투자액을 뜻하는 설비투자율은 지난해 11.1%를 기록,6년 만에 11%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미뤄왔던 노후설비 교체와 기존 설비 증설의 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1월 서울에 있는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투자가 겨우 3.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상장 제조기업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63조2000억원에 달한다.
2000년 31조5000억원에 비해 2배나 늘어난 규모다.
국내 제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86% 수준.미국(136.5%) 일본(136.1%)의 절반에 가깝다.
재무건전성만 놓고 보자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돈을 쌓아만 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 걸까? 대한상의 조사 결과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로 '경기회복 부진'(59.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둘째가 '정책 불확실성 및 각종 규제'(18.8%)였다.
경기회복이야 기업 투자가 선행돼야 하지만 규제 완화는 정부가 마음만 고쳐먹으면 된다.
재계에 따르면 출총제에 묶여 투자하지 못하는 대기 자금이 14조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외환위기 이후 단기 주주이익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풍조도 투자보다는 현금 보유를 선호하게 만든 요인이다.
투자자들이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을 위한 단기 처방을 선호하고,기업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자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투자 여건은 조성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