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丁亥年) 새해가 밝았다.

예부터 돼지는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길상(吉祥)으로서 재신(財神)의 상징이다.

돼지꿈은 그래서 용꿈과 항렬을 동급으로 쳐준다.

특히 이른바 황금돼지해를 맞는 돼지띠 CEO들의 올해 각오는 남다르다.

35년생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을 비롯한 원로부터 중견격인 47년생 서경석 GS홀딩스 사장 등을 거쳐 71년생인 김남주 웹젠 대표와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 등 '젊은 피'까지 재계 돼지띠 CEO는 줄잡아 50명이 넘는다.

기업을 초일류 반석에 올려놓고자 불철주야 매진하는 이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본다.


증권가의 돼지띠 CEO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47년생)은 올해 며느리를 보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두 아들 모두 좋은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도록 안팎으로 밀어 볼 생각이다.

또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같이 지내지 못한 가족들과도 시간을 내 우리나라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 두루 여행할 계획이다.

물론 우리투자증권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건 기본이다.

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47년생)의 새해 캐치프레이즈는 '3호(好)회사가 되자'다.

'실적 좋은 회사,이미지 좋은 회사,일하기 좋은 회사'가 그것이다.



오 사장은 '실적·이미지·일터'3륜 운동을 통해 '글로벌 TOP5'라는 회사의 중장기 목표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돼지가 와인에 빠진 날.' 함영준 오뚜기 사장(59년생)이 올해 개인적으로 꿈꾸는 삶이다.

재즈보컬리스트 윤희정의 '윤희정&프렌즈'를 비롯 유명한 재즈공연은 빠짐없이 챙겨보는 함 사장은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면서 미술과 식문화를 토론하는 기회를 좀더 많이 가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등산도 더 자주하면서 삼포식품 인수를 계기로 첫발을 내디딘 냉동식품 사업을 키우는 구상에 몰두할 생각이다.

박건호 남양유업 사장(47년생)의 키워드는 '따뜻한 사회'다.

"경기침체와 양극화로 인해 주위에는 우리가 함께 돌봐야 할 형제 자매들이 많다"며 앞만 볼 게 아니라 옆도 돌아볼 것을 주문한 박 사장은 바쁘다는 핑계로 실천하지 못했던 작은 일부터 앞장서 챙길 생각이다.

우선 새해에는 정기적으로 헌혈을 실천하고자 한다.

또 월급의 일부를 불우한 이웃이나 독거노인들을 위해 내놓을 계획이다.

임동인 대상 사장(47년생)의 새해는 '포옹'으로 시작된다.

허그(HUG)운동을 도입해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임 사장의 소망이다.

너 또는 나가 아닌 '우리'를 만들어주는 따뜻한 가슴을 2010년 매출 2조원 비전을 달성해 나가는 에너지원으로 삼겠다는 것.이 밖에 헬스는 주 3회 이상, 경영·교양 서적도 매달 한 권씩은 읽을 생각이다.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맥주전문점 '쪼끼쪼끼'를 이끌고 있는 김서기 태창가족 대표(59년생)는 미국인들에게 한국 생맥주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로 뛸 생각이다.

이미 진출해 있는 중국 베트남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올해엔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도 '쪼끼쪼끼'간판을 내걸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푸짐한 안주와 함께 술을 즐기는 한국식 건배문화를 이식해 보겠다는 욕심도 갖고 있다.

이들 외에도 김순환 동부화재 대표(47년생)는 새해엔 모든 동부가족이 자부심을 갖고 진정으로 일하고 싶은 '위대한 일터'만들기를 다짐했으며, 김정만 LS산전 부회장(47년생)은 'CEO는 유한하지만 기업은 영속성을 가진 또 다른 생명체'라는 소신대로 올해도 사람농사에 온힘을 쏟을 생각이다.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47년생)은 총자산 50조원의 금융전문기업 원년을 선언했다.

이윤 포스코 사장(47년생)은 지난해 세계 3위권 규모의 스테인리스사로 도약한 만큼 올해는 일하는 방식 등 전부문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