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2007년 경영 화두는 글로벌 경영의 가속화와 품질 및 브랜드 가치 향상이다.

자동차 내수시장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환율 하락과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까지 국내 300만대,해외 300만대 등 6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고 전 세계 30대 브랜드,5대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이르면 오는 3월 말 연산 30만대 규모의 체코공장을 착공한다.

이미 미국과 중국 인도 등에 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차가 유럽에서도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건설 중인 인도와 중국 베이징의 제2공장이 완공되고 체코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는 2009년에는 현대차의 해외 생산 능력이 연간 200만대로 늘어난다.

기아차도 미국 조지아공장이 완공되는 2009년에는 연간 100만대를 해외에서 생산,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능력은 연간 300만대 규모로 확대된다.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생산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중남미와 동남아시장을 겨냥한 저가형 차량을 개발,이 지역에서도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중장기 계획을 검토 중이다.

브랜드 가치 향상은 현대·기아차가 최근 들어 부쩍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자동차 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만큼 이제 브랜드 가치를 높여 그간의 중저가 전략에서 탈피,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것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도 최근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야 한다"며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현대차는 품질면에서 글로벌 경쟁업체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외 시장에서 경쟁 차종보다 낮은 가격에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현대차가 앞섰는데 아직도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가격에 내놓아야 차가 팔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현대차가 LUV(럭셔리 유틸리티차량)를 표방하며 내놓은 고급 SUV(스포츠 유틸리티차량) 베라크루즈의 성공 여부다.

베라크루즈는 이달부터 미국으로 수출되는 등 세계 유수의 고급 SUV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펼친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베라크루즈와 경쟁 차종인 도요타 하이랜더,혼다 파일럿 간에 '블라인드 테스트'(브랜드와 차명을 모르게 한 후 실시하는 테스트)를 실시,베라크루즈의 품질이 더 낫다는 결과를 얻었다.

현대차는 이르면 상반기 중에 유럽에도 베라크루즈를 수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의 유럽시장 가격을 국내 판매가보다 최고 1000만원 이상 비싼 4만유로(약 4900만원) 수준에서 검토하는 등 베라크루즈 품질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품질경영도 올해부터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신차 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만큼 중고차 품질을 결정하는 내구성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현대차의 다음 과제"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04년부터 미국의 자동차 품질 전문조사기관인 JD파워의 초기품질 조사에서 일본의 도요타를 앞서는 등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식이 비슷한 동종 모델의 중고차가 일본차에 비해 수천달러씩 싸게 팔리는 등 내구 품질에 대해서는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완성차의 내구성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부품협력업체의 품질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며 "협력업체의 품질 향상을 위해 더욱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