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마지막 해를 맞은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 4년간 굵직굵직한 부동산 대책만 여덟 번이나 발표됐지만 "부동산 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던 호언장담은 '헛말'이 되고 말았다.

○개발정책 남발로 땅값 급등

전문가들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과욕과 조급증이 빚어낸 '정책 신뢰 상실'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행정.혁신.기업도시 등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전국에 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곳곳에서 땅값을 밀어올려 부동산시장 불안을 자초했다.

행정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군은 정부 공식 땅값을 기준으로 해도 2003년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무려 93.7%나 폭등했다.

시중에 풀린 수십조원의 보상금도 주변 지역 땅값은 물론 서울 강남 아파트값까지 자극했다.

참여정부 첫해 8조원이던 보상비는 2005년에는 15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와 올해에는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 4년 동안 서울 강남구의 집값은 81.6%,과천은 106.4%,분당은 79.4%,용인은 64.3% 각각 올랐다.

정부는 '강남필패'를 외쳤지만,결과적으로 '강남불패'를 고착화시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수요 억제 치중하다 공급 '구멍'

세금 위주의 수요억제 정책에 '올 인'한 결과 주택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 것도 실패요인으로 꼽힌다.

핵심 정책인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는 방향에서 일리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지만,문제는 속도와 범위였다.

집값불안의 핵심 원인이 '집부자들의 투기 때문'이라는 진단 아래 '강남'과 '재건축'이 타깃이 됐고,이들을 겨냥한 종합부동산세 등 징벌적 성격의 각종 세금과 개발부담금이 대거 신설돼 '세금폭탄'이란 유행어가 생겼다.

특히 '집 한 채만 소유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기존주택 거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집값 급등의 빌미가 됐다.

○무너진 정책 신뢰

반면 수도권에서는 새로 공급되는 주택이 급감,주택 수급에 구멍이 생겼다.

실제 2004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근 3년간 수도권 주택공급 실적은 51만2000가구에 그쳤다.

정부의 목표치인 83만5000가구보다 무려 32만3000가구나 적게 공급된 셈이다.

지난해 9월부터 '강북발 집값불안'이 촉발돼 수도권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집값이 계속 오르자 정책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무주택 서민과 20~30대 사회 초년생들은 "집값 잡겠다더니 아예 집을 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며 "내집마련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유주택자들도 "세금이 무서워 집 팔고 이사가기도 어려워졌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