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定澤 < KDI 원장 >

정해년 새해는 모든 가정에 재물과 행복이 가득해진다는 '황금 돼지'의 해라고 한다.

그러나 냉철히 판단해 보면 올해의 경제는 예년에 비해 전망이 밝지 못하다.

지난 수년간 세계의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미국경제가 주택경기 침체와 경상수지 적자(赤字) 누적이라는 문제를 드러내면서 주춤거리고 있다.

유럽과 일본도 대체로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되며,중국과 인도 등 BRICs 국가의 고도성장은 계속되겠지만 세계경제의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KDI는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작년 5.0%에서 올해 4.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한 새해는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높은 해다.

경제예측이 일기예보보다도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특별히 올해는 세계 유수한 경제전문가들도 점치기 어려운 변수가 많이 존재한다.

주택가격의 하락에서 비롯한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최근 안정세에 접어든 유가(油價)도 항상 어느 방향으로든지 튈 수 있다.

특히 중심 통화인 달러화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유로,일본의 엔,중국의 위안 등 세계 주요 통화간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는 북한 핵 문제,선거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내재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큰 혼란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중단됐던 6자 회담도 재개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나 문제의 불씨는 아직도 남아 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로 인해 북한의 체제 불안이 심화되는 경우에는 우리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핵(北核)이나 선거와 같은 경제 외적인 현상보다 더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금융 및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이다.

2003년 이래 지속적인 노력으로 진정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이 최근 주택 담보대출로 인해 빠르게 증가하였다.

늘어난 대출은 가계의 재무 상태를 취약하게 만드는 한편 유동성을 증가시켜 부동산 가격에 대한 상승압력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환율변동과 단기 외채의 증가도 불안 요인이다.

최근 수출물량이 늘어남에 따른 선물환의 매도,일본과의 금리격차를 이용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여파로 원화가 급격히 절상(切上)되고 단기 외채도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는 향후 환율 및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새해 한국경제를 둘러싼 여건을 우리가 주도해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미국경제나 유가의 움직임은 물론 북한과 미국의 핵 협상도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제적인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하는 한편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한 대책을 미리 준비해 만일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의 충격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개별 경제주체들이 '쏠림' 현상에 휩쓸려 경제의 불안정성을 증폭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작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나 원화 가치의 급격한 절상은 경제 원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은데,부동산을 제외한 경제 전반적 움직임은 과열이 아니라 둔화되고 있으며 경상수지도 균형점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제정책도 중심을 잃지 않고 바로 서야 한다.

얼마 전 서울에 나와 있는 국제기구 대표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한국의 경제정책은 갈피를 잡기 힘들다고 했다.

북한 핵실험 직후에는 경기부양 논의가 활발하더니,부동산이 문제가 된 후에는 돈줄을 죄는 얘기가 나오고,환율이 떨어지자 돈을 풀어서라도 이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나 한국은행과 같은 정책 당국자간 긴밀한 정책 공조를 유지하고,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제안들도 자제해,경제정책의 사령탑인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부응해 정부는 한·미 FTA,공무원 연금 등과 같은 현안을 해결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