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源杰 < 산업자원부 차관 >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수소 혁명'에서 수소 기반 경제에 대한 통찰은 1874년 쥘 베른의 '신비의 섬'이라는 소설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이야기한다.

동 소설에서 작가는 아메리카 대륙의 석탄이 고갈될 경우 상공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석탄이 고갈될 경우 사용 가능한 연료로 물과 수소를 제시한다.

"물은 전기에 의해 기본 원소로 분해되지.분해된 원소들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강한 동력원으로 작용할 걸세.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물은 언젠가 연료가 될 거야.물은 미래의 석탄이란 말일세."

이러한 소설가의 상상은 13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곁에 한층 더 다가오고 있다.

지난 11월 말 정부 과천청사에서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수소연료전지 버스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미래 수소 경제의 주역이 될 어린이들과 함께 시승하는 행사가 있었다.

완성차 업체로는 다임러-크라이슬러,도요타-히노에 이어 현대-기아차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버스는 1회 충전시 40kg의 수소를 고압 상태로 저장하여 300km 이상 주행할 수 있으며 에너지 이용 효율은 현재 운행되고 있는 디젤 버스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내구성 증가,영하 20도 이하에서의 냉시동성 개선 및 일반 버스 대비 20배 이상 높은 제작 단가의 점진적 인하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석유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송 부문은 99%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수송 부문의 경우 화석 연료의 고갈에 대응한 장기적인 대안이 시급한 상황으로 이에 대해 정부는 중·단기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보급과 바이오 에너지의 활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수소 에너지의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실증 운행이지만 국산 수소연료전지 버스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그 운행을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수소는 전기와 같이 다른 에너지원에서 얻어지는 2차 에너지원이지만 물을 이용해 생산할 수 있어 자원 제약이 없으며 청정 연료이기 때문에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수소 에너지를 우리 실생활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변환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 대표적인 것이 연료 전지이다.

연료 전지는 자동차부터 가정·상업용 발전기,휴대용 기기에 이르기까지 활용 범위가 넓으며 2010년께 세계시장 규모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소에너지 시스템의 핵심으로 그 중요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소·연료 전지를 태양광 풍력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분야 3대 중점 분야로 선정하고 별도의 사업단을 구성하여 전략적 R&D와 상업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2040년까지 최종 에너지 중 수소 비중을 15%,연료전지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5%까지 높이겠다는 수소경제 장기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올해부터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의 세부 이행사업으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모니터링 사업'을 시작한다.

이 사업은 국산 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34대를 우리나라 주요 지점에서 실제로 운행하며 연료전지의 내구성 신뢰성 환경성 등을 평가하여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한편 연료전지 자동차 상용화에 대비한 수소스테이션 구축,법규 정비 등 사회 인프라 구축의 기반 마련을 함께 진행하게 된다.

수소 경제로의 전환은 선택과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환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비록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정부 기업 학계 국민이 함께 하나 하나 준비해 나간다면 친환경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그리 먼 시점의 일은 아닐 것이다.

수소연료전지 버스 실증 운행의 시작은 그 초석이다.

wglee@moci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