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우주인으로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이소연씨(28·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등 남녀 2명이 25일 최종 확정됨으로써 한국의 우주 개척을 향한 새 역사가 시작됐다.

과학기술부가 2004년 1월 우주인 배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2년11개월,지난 7월 우주인 후보를 공모한 지 5개월 만이다.

두 사람은 내년 3월부터 러시아의 가가린 훈련센터에서 우주적응과 우주과학 실험수행을 위한 고등 훈련을 받는다.



이 중 한 명이 2008년 4월께 카자흐스탄 바이코눌 기지에서 발사될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에 탑승해 지구에서 약 350km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한다.

첫 우주인은 ISS에서 8일간 머물며 무중력상태의 반도체연구 등 우주과학 실험들을 수행한 뒤 바이코눌 기지 부근으로 귀환하게 된다.

2인의 우주인 확정으로 한국은 우주인을 배출하는 세계 35번째(예상) 국가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러나 몽골 베트남 쿠바 아프가니스탄 등 개발도상국들도 우주인 배출국에 올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인 우리의 우주인 탄생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배출된 우주인은 총 442명이며 이 중 국제 우주정거장을 경험한 우주인은 143명.우주인 탄생을 위해 우리가 러시아에 치르는 비용은 18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체류비용만도 22억5000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한국인 첫 우주인 탄생은 우리 산업에 적잖은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이 극한 환경인 우주에서 수행할 실험을 통해 나온 연구 성과들이 산업계에서 다각도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 실제 클로렐라나 동결건조방식의 라면스프,고어텍스 등산복,미식축구 경기용 헬멧이 우주인용으로 먼저 개발된 제품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국내 전자업계나 자동차업계가 한국인 우주인이 실험할 반도체와 MEMS(마이크로 전자기술)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 사업단장은 "우주 환경은 현재의 첨단기술로 해결하지 못하는 과제들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가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과학기술과 우주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우주전도사'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이와 관련,우주인이 귀환하면 소속을 항우연으로 바꾼 뒤 과학기술홍보대사에 걸맞은 특별한 직위와 대우를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우주인은 이 밖에 정상급 광고 모델로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외국에선 ISS에 머물고 있는 외국 우주인이 컵라면이나 피자를 먹는 장면이 광고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의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상목 과기부 기초연구국장은 "중국의 경우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발사를 통해 국가 신용등급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었다"며 "우리도 우주인 탄생을 통해 대외 이미지가 한층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