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은퇴 이민이 각광받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 지역의 물가가 싸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포털 사이트 엠파스와 함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1658명의 76.2%가 은퇴 이민의 최대 장점으로 '같은 비용으로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가별 지역별로 장단점이 있어 이민 대상지를 결정하기 이전에 각종 생활 여건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



○월 70만원이면 빌라생활도 가능

한국인들이 주요 은퇴 이민지로 꼽는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4개국 수도의 물가 수준은 서울의 60∼80% 정도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의류,식품,주택,자동차 등 생활에 필요한 항목들을 선정한 뒤 서울의 가격을 100으로 4개국 주요 도시의 상대 가격을 매긴 결과다.

태국 방콕은 서울의 64%로 물가 수준이 가장 낮았고,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71%),베트남 호찌민(78%),필리핀 마닐라(80%)가 다소 높았다.

특히 한국인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주거환경의 경우 고급 아파트나 빌라를 기준으로 마닐라는 월 70만원 정도,나머지 지역은 45만∼60만원 정도면 생활이 가능하다.

태국 치앙마이 등 도심에서 벗어나면 같은 값에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서울에서 목 좋은 지역의 월세가 150만~200만원 정도이니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골프 환경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18홀 기준 골프장 그린피가 호찌민만 7만∼9만원 정도로 다소 비쌀 뿐 다른 지역은 1만∼4만원 수준이다.

서울 근교 골프장의 30%를 훨씬 밑돌며 부킹도 필요없다.

인건비는 더욱 싸다.

가사 도우미는 월 10만원이면 고용이 가능하며 운전기사도 평균 20만원 수준이다.

한국의 반 값이면 동남아에서 귀족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이래서 나온다.

○지역별 비교 우위 포인트는

저렴한 물가가 은퇴 이민의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생활비가 적게 들어도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거나,치안이 불안하면 행복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닐라 쿠알라룸푸르 호찌민 방콕(치앙마이) 등 4개 도시의 생활 여건을 비교해 보면 치안 면에서는 필리핀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언어 면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생활에 크게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반면 태국 베트남 등에서는 현지어를 익히지 않으면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의료시설도 한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

의료 관광 허브를 지향하는 치앙마이에는 종합병원이 5곳 있으며,말레이시아에도 국내 상위 종합병원 수준의 병원이 5곳 있다.

베트남 호찌민의 경우 한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푸미홍 지역에 프랑스 종합병원이 있다.

다만 국민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말레이시아처럼 보험사들이 공동 운영하는 사보험을 활용해야 한다.

결국 국가별로 나름의 장점을 한두 개씩은 갖고 있다.

마닐라는 한국과 이동거리가 3시간30분으로 가장 짧고,영어를 공용어로 쓰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쿠알라룸푸르는 동남아 지역 중 치안 수준이 가장 높고,국제화한 도시라는 점이 비교 우위 포인트다.

방콕과 치앙마이는 물가가 상대적으로 싸다. 치앙마이는 특히 중소 도시이기 때문에 쾌적하고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호찌민은 장동건과 김남주가 국민 배우로 꼽힐 정도로 한류 바람이 거세고 생김새도 비슷해 이질감이 적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