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관광 대국이다.

작년 스페인을 찾은 관광객은 5500만명에 달했다.

관광산업은 스페인 국내총생산의 14%를 점한다.

특히 유럽 관광객이 많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좋은 기후,이베리아 반도의 멋진 해변 때문인 것 같다.

오래된 성당과 박물관 같은 문화유산도 풍부하고 화가 피가소와 미로, 달리,건축가 가우디로 유명한 곳이다.

내가 소개하려는 곳은 스페인 북부 해안의 산탄데르 지방이다.

배산임수의 풍광을 갖고 있는 곳으로 한국적인 자연미를 느끼게 한다.

이 곳은 매년 8월 한 달간 열리는 음악.무용 페스티벌로 이름 나 있다.

스페인의 3대 페스티벌 중 하나다.


페스티벌은 현대적으로 지어진 콘서트 홀을 중심으로 곳곳의 유적지에서 동시에 열린다.

콘서트 홀은 해변에 위치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지휘자 사이먼 래틀 등 유명 음악인과 오케스트라,런던 페스티벌발레 같은 세계적 무용단을 만날 수 있다.

산탄데르의 8월 낮 기온은 섭씨 24~26도,밤엔 19~20도로 아주 쾌적하다.

낮에는 멋진 풍광을 즐기고 저녁에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공연은 대개 오후 10시30분에 열린다.

그래서 점심과 저녁을 일부러 늦게 먹는다.

저녁식사 시간은 대개 오후 9시께.해물 레스토랑들이 유명하고 와인은 인근 리요카에서 생산된 것을 즐긴다.

공연 뒤엔 새벽이 되는데 유명 음악인들과 섞여 카페에서 와인을 마시다 보면 밤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나도 이 곳에서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무용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축배를 들기도 했다.

스페인에서 굳이 산탄데르를 추천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는 외교관이면서 작곡가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투 잡스(two jobs)라고나 할까.

수년 전 이 페스티벌에 평론가로 참여하게 됐다.

스페인 현지 신문에 관련 평론을 싣는다.

그래서 나는 8월 휴가 기간엔 완벽한 음악가로 변신한다.

나는 원래 바르셀로나 음악원에서 음악과 법학을 전공했다.

음악가의 길을 가려 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변호사로 일하다 1976년부터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아무튼 외교관 생활을 하다 보니 세계 곳곳의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개인적으로 골프를 즐기지 않는데 그 이유도 각국의 음악에 심취해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다.

1990~2002년에는 이 페스티벌에 매년 참가했다.

그리고 2004년에 한 번 가 봤고 내년에 다시 찾을 것이다.

2000년 페스티벌 때는 '기쁨의 정원(The Delight's Garden)'이란 제목의 내 작품을 초연하기도 했다.

나는 주로 아내와 함께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약 10일 정도 머문다.

나는 지금껏 8개 CD를 녹음했다.

피아니스트로 연주한 CD도 있다.

3년 전 CD를 녹음할 땐 한국인 피아니스트와 함께 했다.

이것이 한국인과의 첫 만남이었는데 2년 뒤 한국 대사로 오게 됐다.

우리 집안에는 예술인의 피가 흐른다.

어머니가 프로는 아니었지만 성악을 했다.

바르셀로나에 가면 내가 피아노 치고 어머니가 노래 부르기를 즐긴다.

나는 네 살 때 음악 공부를 시작해 일곱 살에 첫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졌다.

모차르트와 비슷한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다고 하면 자화자찬이 될까? 여동생은 무용가.

베이징 올림픽 행사에도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서울에서 연주회는 물론 지휘도 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과 함께 피아노를 연주했다.

이어 14일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자선 행사를 위해 서울팝스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곡인데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드럼을 맡았다.

문의 주한 스페인 대사관 (www.spainembassy.co.kr)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