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잡아 주기 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옳은 말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면 평생 끼니 걱정은 면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게 끝인가? 기왕이면 물고기를 잡고 기르고 요리하는 모든 과정을 놀이처럼 즐기는 법을 배우는 게 어떨까? 그러면 매일 바다와 씨름하는 일이 힘겨운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행복의 근원이 되지 않을까?

천재 물리학자 파인만은 "물리를 배우고 싶으면 물리를 가지고 놀아라!"라고 외치고 있다.

파인만이 평생 물리를 놀이로 삼았음은 물론 남들에게 자신의 '놀이'를 전파하는 데에도 남다른 재능을 발휘했다는 사실은 그의 사후에도 여전히 살아 숨쉬는 전설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파인만의 물리학 길라잡이'(리처드 파인만 지음,박병철 옮김,승산)처럼 학생들에게 '물리학 놀이'를 전하고자 노력했던 파인만의 모습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펼쳐 놓은 책은 아직까지 없었던 듯하다.

세상에 물리학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수없이 많으나 그중에 지식의 나열을 넘어서 정곡을 찌르는 통찰력을 제시하는 책은 흔하지 않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비롯해 몇 안 되는 불후의 명작들만이 그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그러한 책들도 물리학자들이 문제에 부딪히면서 겪는 어려움,학생들을 가르칠 때 느끼는 고민 등을 담고 있지는 않다.

아무리 훌륭한 책을 가지고 있어도 위대한 스승과 직접 대면하는 것만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접 대화하며 주고받는 말들 중에 책에 없는 깊은 노하우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파인만의 물리학 길라잡이'는 독자들에게 파인만의 대화를 '엿듣는' 기회를 제공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

우선,천재 물리학자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깨는 대사들이 인상적이다.

"사실,나는 강의실에 들어오기 전에 이 문제를 무려 네 번이나 풀어 보았다.

매번 답이 다르게 나와서 골치가 꽤 아팠지만 결국은 맞는 답을 구할 수 있었다."(118쪽)

"지금 나는 엄밀한 수학적 논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리적 직관에 따라 부호를 결정하고 있다."(120쪽)

또한 고등학교 때까지 전교 1~2등을 다투다 명문대학 칼텍에 입학한 뒤 '하위권'으로 전락해 고전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칼텍의 열등생들을 위한 충고'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국내 명문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충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인만의 물리학 길라잡이'는 물리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보통 책들과는 달리 몇 개 안 되는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는 '물리학자의 놀이'를 여과 없이 그대로 옮겨 놓았다.

파인만과 학생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이 책을 통해 만만한 문제를 찾아 놀잇감으로 삼는 요령을 익히고 시작한다면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물리학의 바다를 항해할 때 길을 잃지 않고 즐겁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297쪽,1만5000원. 이상민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