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규제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8월 사행성 아케이드게임 '바다이야기' 파문이 터진 후에는 더욱 그랬다.

특히 게임물 등급 심의에 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사행성 게임이 판치지 않게 하려면 심의를 통해 철저히 가려낼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한국처럼 비전문가들이 불명확한 잣대로 심의하는 나라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영만 회장(한빛소프트 사장)은 "유해성을 차단하기 위해 등급을 매길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 등급을 매기고 게임 콘텐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는 게임물 등급 심의는 소비자와 업계가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보다는 소비자와 업계가 게임에 대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진국에선 대개 이렇게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따로 규제하지 않는다.

업계가 자율로 등급을 매기고 학부모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이 감시하고 평가한다.

정부는 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어기는 업체나 게임에 대해 처벌만 한다.

한국은 정부가 직접 규제한다.

문제는 비전문가 위주로 심의위원단이 구성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영화를 심의하는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가 게임 등급 심의를 담당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위원들이 심의를 했다.

최근 게임물등급위원회(게등위)가 신설됐지만 달라진 게 없다.

위원장부터 전문가가 아니다.

위원 9명 중 게임 관련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받는 사람은 단 1명뿐이다.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바다이야기 사태 발생 후 도박과 무관한 온라인게임까지 유탄을 맞은 것도 게임과 도박을 구분하는 '사행성'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게등위의 김기만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등급 심의를 공정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자 규제 목적으로 신설한 기구에 큰 기대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행성 게임으로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성인게임장이나 성인PC방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박게임과 달리 요행과 환금성을 배제한 건전한 온라인게임까지 무차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의 이인화 교수는 "영화 게임 소설 등 스토리 예술에는 어느 정도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있게 마련"이라면서 "그동안 많은 훌륭한 온라인게임이 '청소년유해물'이란 낙인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한국 온라인게임이 해외 시장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