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에서 미국이 북한에 핵동결과 신고를 요구하고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을 보상 조치로 제시했다.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를 위한 첫 번째 패키지'에 적극적인 관심을 내비쳤다.

남북과 미·중·러·일 6개국 대표단은 21일로 잠정 예정됐던 폐막을 22일 이후로 미루고 합의문 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美,원자로 중단·검증 요구

미국은 북한에 플루토늄 추출에 쓰인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통해 가동 중단을 검증받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의 핵 현황 및 개발 계획도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에 대한 반대 급부로 안전 보장과 경제적 지원 등 다양한 보상 패키지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이틀째 협의를 가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9·19공동성명의 초기 이행을 위한 기브 앤드 테이크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패키지(first batch·북·미가 각자 취할 조치의 묶음)가 합의되면 좋겠고 작업 계획에만 합의해도 성과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北,"조건 맞으면 핵 동결"

북한은 '조건이 맞으면'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요구한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에너지 지원이 북한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쉬운 카드다.

북한은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합의 때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는 대가로 전력 생산을 위한 경수로 2기와 완공까지 대체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연간 50만배럴의 중유를 받아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가동만 중단하고 사찰이나 신고는 거부할 경우 경제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 도출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소식통은 "북한이 핵 동결까지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문제는 값이 안 맞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내달 뉴욕에서 BDA협상 재개

이날 주중 북한 대사관에서는 방코델타아시아(BDA)문제를 풀기 위한 북·미 간 별도 협의가 이틀째 열렸다.

접점을 찾지는 못했으나 다음 달 뉴욕에서 협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이 BDA 동결 자금 등 금융 제재 해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 6자회담의 진행에 부담이 되고 있으나 일단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진전은 있는 셈이다.

이날 대니엘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북한이 BDA를 통해 위조달러를 유통시킨 구체적인 증거가 있다며 불법 행위에 대한 법집행 문제인 만큼 해결이 쉽지 않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광철 북한 조선무역은행 총재는 북한에서 위조달러가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주면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회담 관계자는 "북·미 양국이 미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을 오가며 장시간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것만으로도 협상 개시 단계에선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