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청렴위원회가 정부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의 대국민,대기관 업무에 대한 청렴도를 측정,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 평균 청렴도가 약간 개선(改善)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음을 보여준다. 민생 관련분야, 인허가 업무 등은 변함없는 부패 취약 분야로 남아 있고, 이들 분야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빈도나 그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후적 조치보다 부패의 소지 자체를 없애는 사전적이고 구조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하는 사유로 민원인들이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서"를 가장 많이 거론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여러가지다. 규제가 많은 곳에 부패가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아직도 많은 법령과 제도 곳곳에 이렇게 할 수도 있고 저렇게 할 수도 있는 과도한 재량권이 공무원들에게 부여돼 있거나 행정절차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정부패 문제는 국가경쟁력을 갉아 먹는 요인이다. 실제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IMD WEF CATO 국제투명성기구(TI) 등의 평가항목들을 보면 규제와 부패문제는 공통적으로 다루는 중점 항목이다.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임의적이거나 불투명하게 적용되면 부정부패가 일어나기 쉽고,부정부패가 발생하면 자원배분을 왜곡시키고 뇌물 등에서 보듯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을 초래(招來)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외적인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는 부정부패 문제에 있어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국가다. 제도와 정책의 불투명성과 부패를 중점적으로 따지는 TI의 평가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난달 발표된 올해 부패인식지수(공직자의 부패 정도에 대한 기업인 애널리스트들의 인식 정도)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1점을 기록, 조사대상 163개국에서 42위였다. 물론 OECD 평균(7.18)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래 가지고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국가청렴위원회가 매년 청렴도를 조사·발표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보지만 어떻게 하면 부정부패의 싹을 없앨 수 있을지를 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규제 자체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고, 꼭 필요한 규제라면 재량권 남용의 여지를 없애거나 행정절차를 투명(透明)하게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