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합 지하수 '먹는 물'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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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김종로 부장검사)는 20일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해 마시기에 부적합한 지하수를 학교나 어린이집 등에 공급할 수 있게 해준 수질검사기관 14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조작한 지하수 수질검사결과는 총 1753개에 달한다.
검찰은 수질검사기관 임직원 8명 외에 이들에게 결과 조작을 의뢰한 지하수 개발업자 18명과 부정행위를 눈감아 준 공무원 4명 등 총 37명을 입건했다.
문제의 지하수에서는 질산성질소(산소결핍을 야기시켜 청색증,빈혈 등을 일으킴)가 음용수 기준치인 10ppm의 최대 17배까지 초과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 지하수가 유통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질검사기관,지하수개발업자,공무원이라는 '부패의 3각 고리'가 있었다.
전국에 52개의 수질검사기관이 난립해 있던 까닭에 지하수개발업자들은 이들의 수입원인 검사 수수료(1건당 25만~28만원)를 미끼로 조작을 의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은 부정 행위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수질검사기관으로부터 18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지하수 개발업체는 수질 검사기관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 결과가 사용에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와야 지자체로부터 개발 허가를 얻는다.
하지만 일부 검사기관은 이 과정에서 질산성질소의 함유량이 표시되는 크로마토그래프를 조작해 검출 수치가 낮게 수온 것처럼 꾸몄다.
아예 수질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다른 지하수에 대해 실시한 시험결과를 그대로 새 시험성적서에 입력한 뒤 업체측에 발급해 준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공급된 지하수 중 일부는 지난 6월 수도권 31개 학교에서 3000여명의 유사 식중독 환자를 발생시켰던 '급식 파동' 당시 야채 세척 등에 쓰였다.
안성지역농협사업연합에서 아채류 납품을 담당했던 성모 팀장(46)은 야채를 씻을때 사용된 지하수가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총 6억 3800만원 어치 상당을 CJ푸드시스템이 운영하던 급식소가 포함된 총 69개 중·고교에 공급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식중독의 원인인 노로바이러스가 지하수 때문에 인체에 침투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급식대란'의 원인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은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구속기소된 Y수질검사기관 대표 이모씨와 M연구원 대표 도모씨에게 각각 징역10월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지하수 시료채취 현장을 방문한 뒤 시료를 채취해 직접 봉인하지 않고 업자들에게 봉인지를 나눠준 공무원 박모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