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중앙亞 연구모임 'stan' 5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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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이란 중앙아시아 계열 언어에선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중앙아시아 시장 전문가가 돼 그 광활한 땅을 정복해보고 싶어요. 회사가 그곳에 진출한다면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서 뛸 것입니다. "(시스마6팀 성영태씨)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요즘 너무 행복하다.
젊은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 시간이 끝난 뒤 모여 해외 신흥시장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 연구 모임 'stan' 5인방(사진 왼쪽부터 박상훈,성영태,장예종,강성훈,김철씨)'이 그 주인공.
서 사장은 이달 초 stan의 '카자흐스탄 시장 공략 방안' 발표를 들은 뒤 크게 감동,항공료와 체재비를 전액 지원해 이들을 현지로 연수 보냈다.
이 모임은 마케팅 리서치팀에 근무하는 박상훈씨의 제안으로 지난 5월 결성됐다.
각각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하나의 태스크포스팀(TFT)처럼 움직이며 카자흐스탄의 생활문화와 화장품 시장 상황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이 5년 뒤 공략해야 할 '뜨는 시장'으로 카자흐스탄을 지목한 것.
이 나라에 대해서는 시장 정보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자료 하나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 무조건 대사관 문부터 두드렸죠.과거 실크로드의 거점이었다는 것과 최근 펑펑 나오는 석유 때문에 부유한 상류층이 늘고 있다는 것,그리고 대사 부인에게서 카자흐스탄 여인들이 대부분 프랑스제(製) 화장품을 선호한다는 얘길 들을 수 있었어요."(뷰티트렌드팀 장예종씨)
이들은 카자흐스탄의 인종과 언어,전통과 음식,문화와 여가 순으로 차근차근 자료를 모아갔다.
연구는 모두 개인시간을 할애해 이뤄졌다.
뷰티 플래닛 TFT에 근무하는 강성훈씨는 "대학 때로 돌아가 동아리 모임을 하는 기분으로 대부분 즐겁게 모였지만 가끔은 일이 끝난 뒤 잡혀 있는 모임을 빠지고 그냥 푹 쉬고 싶은 날도 많았다"고 전했다.
회식도 한국에 단 한 곳뿐인 서울 동대문의 우즈베키스탄 식당에서 가졌다(이들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전통 식당은 국내에 없다고).음식문화가 비슷해 이곳을 찾는 카자흐스탄 인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8월께에는 드디어 라이프 스타일과 뷰티 문화에 대해 알마티(카자흐스탄의 경제수도)의 한 대학이 내놓은 자료를 대사관으로부터 넘겨 받을 수 있었다.
"인종의 70%가 아시아계인데도 화장품 시장은 유럽산이 장악하고 있더군요.
우리 제품이 진출할 때 슬로건은'아시안 뷰티(Asian beauty)'로 하는 게 적당하겠다 생각했죠.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화장품 회사가 아시아인의 피부에 가장 잘 맞는 화장품을 가져 왔다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유통팀 김철씨)
이들은 팀 결성 6개월 만인 11월 말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회사에 제출하고 사장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젊은 사원들의 이런 자발적인 움직임을 더욱 장려하기 위해 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동 등 다른 지역을 연구하는 신흥시장 연구회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