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의 초고속 확장경영이 보험업계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5월 SK생명에서 간판을 바꿔 단 뒤 지점확충 설계사 스카우트 등 공격영업을 펼치며 대형사를 위협할 정도로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 11월 91억원의 초회 보험료(신규 가입자의 첫 보험료)를 기록,ING생명(87억원)을 누르고 업계 4위로 올라섰다.


영업의 세포조직인 설계사 수는 지난해 5월 4452명에서 지난 11월 말 6500명으로 늘어났다. 매달 114명의 설계사를 스카우트해 온 셈이다. 지점도 종전 82개에서 217개로 확충했으며 보험과 펀드를 함께 판매하는 업계 최초의 '금융플라자'를 47개 새로 설립했다. 일주일에 평균 3개꼴로 신규 점포가 생긴 것이다. 이 같은 영업조직망 확충에 힘입어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5월(30억원) 이후 1년6개월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미래에셋생명의 스피드 경영은 업계의 '부러움'과 '미움'을 동시에 받고 있다. 설계사의 대량 스카우트와 관련,우수 설계사를 빼앗기고 있는 경쟁사들은 "상도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변액보험이 생보사 주력 상품으로 등장하자 상품 구색이 잘 갖춰진 미래에셋생명으로 옮기려는 남성 설계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며 "상도의를 운운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스피드경영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우선 "보험회사를 증권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30년을 내다보는 보험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 성과와 외형 위주의 경영에 치우쳐 앞으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초고속 확장 경영은 핵심 경영진이 대부분 증권사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윤진홍 사장은 "외국계 생보사들이 시장을 급속히 파고 들고 있는 요즘 중소형사들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변화의 속도를 빨리 가져갈 뿐 외형 위주의 경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물론 미래에셋생명이 보수적인 국내 보험업계에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설계사 대량 스카우트,외국계 보험사를 능가하는 변액보험 마케팅,펀드 판매 등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행보가 보수적인 기존 업계의 경영관행을 깨는 새로운 '실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그 실험은 잇따라 적중하고 있다. 실례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7월 업계 처음으로 설계사를 통한 펀드 판매에 나섰다. 당시 설계사의 펀드 판매에 미온적이었던 삼성 대한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은 서너 달 후 설계사 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미래에셋생명은 현재 펀드판매 자격을 갖춘 설계사를 3400명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이들의 펀드 판매금액은 2500억원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증권시장에서 일으킨 돌풍이 보험업계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돌풍이 실험으로 끝날지,아니면 새로운 보험산업의 지평을 열어갈지 주목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