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은퇴하기 전에는 아내가 거실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사용했지만 남편이 거실을 차지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아내는 자신만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정년 퇴직 이후 부부간 처음 치르는 신경전은 공간 선점인 것이다.
야마사키 신지는 저서 '50·60대 마음을 읽어라'(역자 염기훈 등)에서 "배우자가 오래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면 부부 생활은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된다"며 "직장을 그만둔 배우자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생활 리듬에 변화가 생겨 부부 모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침실을 따로 사용하는 부부가 은퇴 전 20%에서 은퇴 후 40%로 늘어나는 이유라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야마사키 신지는 퇴직한 남성을 '주부 수습생'으로 칭했다.
그에 따르면 주부 수습생은 아내나 자식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주로 세탁,식사 준비,설거지,장보기,쓰레기 버리기 등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세차나 정원 청소,자신이 쓰는 방 청소 등을 해 주기 바란다.
때문에 아내가 정말로 해 주었으면 하고 느끼는 미묘한 부분을 놓치는 남편들이 많아 부부가 같이 지내는 시간이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부부간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공간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녀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용도로만 쓰여 왔던 부엌을 부부간 대화와 공동 요리의 장소로 개조하고 생활 패턴의 차이로 인해 따로 쓰고 있는 공간(방)을 친밀하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도 부부간 대화 시간을 늘리는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