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꽃을 원형대로 떠내는 특수 주조공법으로 제조한 개당 최고 150만원대의 '생화 주얼리'를 앞세워 세계 2대 명품 경매시장인 소더비와 크리스티 시장을 동시에 뚫었다. 두께가 0.5mm도 되지 않는 꽃잎을 각 부위별로 백금 금 은 티타늄으로 달리 장식할 수 있는 '라디에이터식 정밀주조법'을 이용해 고가의 브로치,머리장신구,귀고리,목걸이 등을 제조하는 임직원 10여명에 불과한 지나(대표 김지은)가 주인공.

김 대표는 17일 생화 주얼리에 대한 출품 심사를 해온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동시 승인,제품을 보내줄 것을 최근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국내 주얼리업체가 이들 경매 시장으로부터 모두 출품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한 해 1000여건의 경매밖에 진행하지 않는 소더비 등에 출품 승낙을 받은 것은 시장에서 디자인과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는 '명품'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라며 "제품 선정이 마무리되면 5~6개를 출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나는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의 명품백화점 동팡상사에 처음으로 직영점을 열며 중국 부호들의 눈길을 모으기 시작했다. 곧바로 세계의 명품 집합소로 잘 알려진 홍콩 레인크로포드 백화점의 '러브콜'도 받았다. 이 제품은 일반 꽃모양의 브로치 등보다 5배 정도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와 홍콩에서만 현재 한 달 평균 5000만원어치가 팔리고 있다고 회사는 덧붙였다.

이 회사의 제품이 이처럼 세계 명품 유통채널의 주목을 받은 것은 두께가 얇은 생화결을 그대로 살리면서 주물로 떠내는 특허 출원한 정밀 가공 기술이 꼽힌다. 그동안 생화주물은 액체 상태의 금속이 고체로 굳는 과정에서 각 부위별로 수축하는 속도가 달라 꽃잎이 찢어지거나 모양이 틀어져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30년 동안 주얼리를 만들어온 이 회사의 박욱성 이사가 개발한 이 기술은 열전도를 이용해 금속의 팽창과 수축을 억제시켜 난제를 해결했다. 박 이사는 "수천번의 시행착오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며 "하나의 꽃으로 단 하나의 주얼리제품밖에 만들 수 없는 것이 오히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나가 제조하는 생화 주얼리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하는 꽃은 호접란 덴파레 등 홑겹이면서 비교적 꽃이 큰 서양난 종류. 김 대표는 "어떤 꽃이든 주물할 수 있지만 장미와 같은 겹꽃은 금속으로 떴을 때 실물처럼 음영이 잘 살아나지 않아 아름다움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소더비 등의 출품과 함께 해외 바이어로부터 점차 주문이 늘어나고 있어 내년에는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