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 결제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단돈 1000원으로 수십만원대의 물건을 상습적으로 구입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경찰에 적발됐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프로그래머 이모씨(35.인천시)는 브라우저 관련 프로그래밍을 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쇼핑몰 결제시스템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분석해 물건 구입 가격을 조작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이씨는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고객이 보내는 주문 정보와 결제대행업체가 보내는 결제승인 정보의 금액을 대조할 뿐 이를 물건의 원래 가격과 대조하는 절차를 빠트린다는 점에 착안,범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인터넷 쇼핑몰에 주문할 때 원래 가격을 본인이 원하는 가격으로 바꿔 넣기만 하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든 뒤 원래 주문 금액에서 뒷자리 '0'자 2개를 지우는 방법으로 물건을 사왔다. 즉 10만원짜리를 1000원에 사는 것이다. 그는 고가 상품을 주문하고픈 욕심도 있었지만 범행이 들킬까봐 영화표,기저귀,휴대용 게임기 등 25만원 미만의 비교적 싼 물건만 주문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씨는 이런 수법으로 작년 7월부터 올 11월까지 인터넷 쇼핑몰 81곳에서 111차례에 걸쳐 1200만원어치의 물건을 주문했고 이 중 SK텔레콤,예스24,LG생활건강,㈜금강 등 45개 업체로부터 53차례에 걸쳐 600만원어치를 배송받아 챙겼다. 상당수의 업체들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내부 전산 오류나 단순 실수라고 판단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이씨는 1000원대 신용카드 주문이 수백 차례나 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대금결제업체 직원의 제보로 덜미가 잡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