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영향으로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데도 노조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정치 파업(罷業)을 일삼고 있는 까닭이다.

현대차 노조는 그야말로 파업 중독증(中毒症)에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들어 벌어진 11차례의 민주노총 파업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한 달에 한 번꼴이다. 파업 이유도 조합원 근로조건 개선과는 아무 상관없는 게 대부분이다. 노사로드맵 입법안 반대,비정규직 법안 저지,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끼어들지 않는 게 없다. 자동차 수출시장 확대로 이어질 한·미FTA마저 반대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회사 사정은 안중(眼中)에도 두지 않는 막무가내식 파업의 피해는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올들어서의 생산차질만 11만여대,금액으로 1조6000억원 선에 이른다. 한때는 차량이 없어 수출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조업중단과 납품차질로 협력업체들이 겪고 있는 고통 또한 헤아리기 힘들다. 노조는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근본적 의문이 드는 것도 그런 연유다.

특히 환율 하락 여파로 국제경쟁력이 급전직하로 떨어지며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어서 더욱 우려가 크다. 현대차 베르나의 미국 판매가격은 1만2565달러로 경쟁차종인 도요타 야리스보다 640달러가 비싸졌다. 한국차의 강점(强點)이었던 가격 메리트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미국시장만이 아니다. 현대차가 1위 자리를 지키던 러시아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도 최근들어 점유율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이런 사정은 나몰라라한 채 계파간 주도권 다툼과 정치투쟁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노사가 똘똘 뭉쳐 총력체제로 임해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제 발등 찍기나 하고 있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요타는 그래도 부족하다며 자동차 1대당 1000달러씩 생산비를 더 절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 않은가. 56년째 무파업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도요타 노조를 닮지는 못하더라도 회사를 파산지경으로 몰아넣은 GM이나 포드 노조의 전례를 반복해서는 정말 곤란하다. 현대차노조는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