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러나 "기업어음(CP)을 들고 있는 제2금융권이 문제"라며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2금융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그들이 반대하면 워크아웃은 중도에 깨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3일 김 총재를 그의 집에서 만나 팬택 처리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최근 LG카드 매각작업을 끝내자마자 팬택 문제가 터졌다.

"(웃으며) 일복이 많은가 보다.

지난 8일 산업은행에서 모여 워크아웃 추진을 논의했을 때 채권은행 모두 동감하는 분위기였다.

채권은행 간에 별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안다."

-제2금융권의 의사가 관건인데.

"그렇다.

문제는 제2금융권이 보유한 CP다.

당장 다음 주부터 팬택에 CP 만기가 돌아온다.

회사채 만기는 대부분 내년 7월 이후 돌아와 다소 여유가 있다.

만기가 돌아온 대출이나 회사채는 못 갚으면 연체로 처리되지만 지급을 요구한 CP는 팬택이 자체자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를 결제하지 못하면 곧바로 부도가 나 워크아웃 자체가 무산된다.

워크아웃이 무산되면 법정관리로 가야 한다.

법정관리로 가면 사실상 팬택의 회생은 어렵다.

금융권 공동으로 살리는 게 최선이다."

-워크아웃에 대한 제2금융권 입장은.

"은행권과는 달리 2금융권은 동질성이 없다.

팬택에 여신을 갖고 있는 채권자 가운데는 저축은행 대부업체 심지어 개인투자자들도 있다.

이들을 한데 묶어 설득하긴 어렵다.

팬택이 CP 보유자를 찾아 설득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2금융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2금융권이 반대하면 워크아웃은 결국 깨질 수밖에 없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있었으면 회생이 쉬웠을텐데.

"그렇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없는 게 문제다.

(기촉법은 부실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권의 부채가 5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채권자 가운데 금액 기준 75%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워크아웃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지난해 말 만료됐다) 기촉법이 없기 때문에 법 테두리 안에서 강제가 안된다.

그만큼 2금융권을 포함한 채권단 전체의 협조를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또 개별 금융사가 어음이나 회사채를 돌려받기 위해 반대하면 회생 가능성 있는 기업도 워크아웃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국회가 서둘러 기촉법을 재도입해도 당장 팬택이 수혜를 받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워크아웃 기업을 위해서라도 기촉법은 조속히 부활돼야 한다."

-팬택의 회생 가능성은.

"워크아웃이 결의되면 채권단이 외부 실사기관을 정해 팬택계열에 대한 정밀 진단을 하게 된다.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은 그때 가서 정확히 판정된다.

하지만 팬택은 기본적으로 기술력이 있는 회사다.

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 추진에 동의하는 것도 팬택의 회생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