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불안 내년이 더 문제다] (中) 리더십 없는 노동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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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포항지역 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8일간 불법점거했을 때 많은 참여 조합원들이 강한 불만과 분노를 표출했다.
노조 지도부가 강수를 두는 바람에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데다 사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눈치챈 노조원들은 농성장을 몰래 빠져나와 "지도부에 속았다"고 외쳐댔다.
노조 지도부의 끈질긴 투쟁으로 82일간이나 지속된 파업사태는 노조원들에게 큰 임금 손실을 입혔다.
노조원들은 장기간 일을 하지 못한 대가로 1인당 500만~600만원씩의 수입이 날아갔고 생계에까지 위협을 받았다.
노조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노조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노조원들은 노조 지도부가 펼치는 '그들만의 노동운동'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노조원들의 근로조건보다 조직 내 정치적 입지를 먼저 생각하는 간부들은 협상보다 폭력투쟁을 동원한 갈등을 선호한다.
간부들은 노조원들을 '투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근로조건 개선은 뒷전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 내 강경파들은 투쟁에너지를 극대화시켜 조직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며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은 지도부의 투쟁전략에 전위대 역할을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투쟁만능주의에 빠진 노조 지도부는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싶어하는 노조원들의 심리를 교묘히 부추겨 파업을 확대시킨 뒤 사태가 확대되면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4월 울산 플랜트노조 파업 때와 7월에 벌어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장기파업 때 민주노총이 초반에 원격조종을 하면서 훈수를 했으나 사태가 복잡해지자 손을 떼버렸다.
올해 2월 KTX 여승무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을 때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개입으로 문제가 꼬이고 여승무원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KTX 여승무원의 파업사태는 민주노총 철도공사노조 등이 발을 담그면서 장기화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여승무원의 정규직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노조 지도부도 잘 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승무원들이 정규직화 요구를 하는 것은 민주노총 등이 투쟁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초 표준요일제와 주선료상한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던 화물연대 지도부는 '잘못된 선택'이란 사실을 깨닫고 5일 만에 파업을 접었다.
국민의 비난의 화살이 거센 데다 조합원들의 반응도 시큰둥해 더 이상 파업을 이어갈 힘을 잃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수출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조합원들 역시 일을 하지 못해 생계에 지장을 받아야만 했다.
상급노동단체의 정치파업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가장 큰 고질병 중 하나다.
산하 노조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아닌지 따져보지도 않고 비정규직법안,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노사관계 로드맵 등을 반대하는 정치성 파업이 1년에 10여차례나 일어난다.
비정규직법안이나 노사 로드맵은 한국노총이 오래 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지만 민주노총은 여전히 온갖 이유를 내세워 반대투쟁을 강행했다.
3개 계파가 분할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현재 온건파가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투쟁노선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투쟁을 통한 노동운동을 주장해온 강경파의 입김이 세기 때문이다.
집행부가 살기 위해 마지못해 파업현장으로 내몰리는 측면이 있다.
결국 투쟁은 민주노총 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이러다 보니 민주노총에서는 산하 노조원이 공생할 수 있는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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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정치파업=파업의 목적이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상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파업이 아니라 정부당국이나 입법자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파업을 말한다.
비정규직법안,노사관계 로드맵,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을 반대하며 벌이는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은 모두 정치파업이다.
정치파업은 헌법상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판례도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다.
노조 지도부가 강수를 두는 바람에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데다 사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눈치챈 노조원들은 농성장을 몰래 빠져나와 "지도부에 속았다"고 외쳐댔다.
노조 지도부의 끈질긴 투쟁으로 82일간이나 지속된 파업사태는 노조원들에게 큰 임금 손실을 입혔다.
노조원들은 장기간 일을 하지 못한 대가로 1인당 500만~600만원씩의 수입이 날아갔고 생계에까지 위협을 받았다.
노조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노조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노조원들은 노조 지도부가 펼치는 '그들만의 노동운동'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노조원들의 근로조건보다 조직 내 정치적 입지를 먼저 생각하는 간부들은 협상보다 폭력투쟁을 동원한 갈등을 선호한다.
간부들은 노조원들을 '투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근로조건 개선은 뒷전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 내 강경파들은 투쟁에너지를 극대화시켜 조직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며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은 지도부의 투쟁전략에 전위대 역할을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투쟁만능주의에 빠진 노조 지도부는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싶어하는 노조원들의 심리를 교묘히 부추겨 파업을 확대시킨 뒤 사태가 확대되면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4월 울산 플랜트노조 파업 때와 7월에 벌어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장기파업 때 민주노총이 초반에 원격조종을 하면서 훈수를 했으나 사태가 복잡해지자 손을 떼버렸다.
올해 2월 KTX 여승무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을 때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개입으로 문제가 꼬이고 여승무원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KTX 여승무원의 파업사태는 민주노총 철도공사노조 등이 발을 담그면서 장기화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여승무원의 정규직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노조 지도부도 잘 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승무원들이 정규직화 요구를 하는 것은 민주노총 등이 투쟁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초 표준요일제와 주선료상한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던 화물연대 지도부는 '잘못된 선택'이란 사실을 깨닫고 5일 만에 파업을 접었다.
국민의 비난의 화살이 거센 데다 조합원들의 반응도 시큰둥해 더 이상 파업을 이어갈 힘을 잃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수출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조합원들 역시 일을 하지 못해 생계에 지장을 받아야만 했다.
상급노동단체의 정치파업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가장 큰 고질병 중 하나다.
산하 노조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아닌지 따져보지도 않고 비정규직법안,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노사관계 로드맵 등을 반대하는 정치성 파업이 1년에 10여차례나 일어난다.
비정규직법안이나 노사 로드맵은 한국노총이 오래 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지만 민주노총은 여전히 온갖 이유를 내세워 반대투쟁을 강행했다.
3개 계파가 분할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현재 온건파가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투쟁노선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투쟁을 통한 노동운동을 주장해온 강경파의 입김이 세기 때문이다.
집행부가 살기 위해 마지못해 파업현장으로 내몰리는 측면이 있다.
결국 투쟁은 민주노총 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이러다 보니 민주노총에서는 산하 노조원이 공생할 수 있는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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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정치파업=파업의 목적이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상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파업이 아니라 정부당국이나 입법자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파업을 말한다.
비정규직법안,노사관계 로드맵,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을 반대하며 벌이는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은 모두 정치파업이다.
정치파업은 헌법상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판례도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