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원텔레콤,텔슨전자,VK….한때 '중견 휴대폰 3인방' 또는 '대한민국 벤처의 희망'으로 불렸던 기업들이다.

절정기에는 각사의 한 해 매출이 4000억원 내지 1조원에 달했다.

그것도 대부분 수출로 올렸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최근 2년 새 차례로 쓰러졌다.

이들은 지금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세원텔레콤은 파산 선고를 받아 청산 절차를 밟고 있고,텔슨전자는 새로운 회사로 변신 중이다.

가장 늦게 부도를 맞은 VK는 자력회생을 꾀하고 있다.

VK는 수원지방법원이 이철상 전 사장을 법정관리인으로 지명함에 따라 이 사장을 중심으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전에는 부도가 나면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권을 박탈했으나 지난 4월 시행된 개정 통합도산법에 따르면 CEO의 명백한 잘못이 없을 때는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사장의 경우 이 법이 적용됐다.

수원지법은 VK의 계속가치가 높다는 한영회계법인의 실사 의견을 받아들여 11월 말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VK는 시한을 한 차례 연기받아 이달 말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VK는 부도 직전 800명에 달했던 직원 수를 180명 수준으로 줄이고 지금은 해외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외에서 월 500만달러(약 45억원)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 매출은 거의 없다.

텔슨전자는 새 회사로 변신했다.

지난해 5월 법원이 파산 선고를 내린 후 장병권 생산본부장을 비롯한 임직원 100여명이 회사 자산을 인수해 텔슨티앤티라는 단말기 제조업체를 세웠다.

이후 케이디씨정보통신이 두 차례 지분을 인수,최대주주가 됐다.

텔슨티앤티는 지난 10월 김태섭 케이디씨 대표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김태섭 회장은 12일 "내년 중 3차원 디스플레이 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휴대단말기를 출시한다"며 "올해 목표인 매출 130억원과 당기순이익 1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원텔레콤은 지난 5월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부터 상장기업 한창에 회사를 팔려고 했으나 무산됐기 때문이었다.

한창이 제시한 금액은 220억원 수준.하지만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세원텔레콤의 김포공장을 비롯해 공장부지와 보유 토지 등 부동산만 팔아도 22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각 절차를 중단했다.

세원텔레콤은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최근 세원텔레콤을 퇴사한 한 직원은 "한때 휴대폰을 수출해 매출을 1조원까지 끌어올렸던 세원텔레콤이 사라진다니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