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베트남 호찌민 시내 응웬공쯔 1구역에 있는 사이공증권 본점.1층 정문을 열고 들어서자 객장 안의 뜨거운 공기가 '훅'하며 밀려 나왔다.

50여평 객장을 가득 메운 300여명의 투자자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바깥 기온을 압도했다.

아시아의 이머징마켓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7남과 중국 증시는 두 배로 올랐고 인도 증시의 상승률도 50%나 됐다.

채권 인수,기업 공개(IPO),프로젝트 파이낸싱(PF),펀드 등 투자은행(IB) 관련 자본시장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국영기업 민영화가 '자본시장 빅뱅'의 출발점이다.

지난해 말 현재 2300여개에 달하던 국영기업 중 올해에만 900여개가 민영화해 민간 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일부 지분이 넘어갔다.

베트남 정부는 2010년까지 주요 기간산업의 민영화를 마무리하고 이들 기업을 상장할 예정이다.

중국(홍콩 포함) 증시의 IPO 시장 규모는 올 들어 10월까지 431억달러로 세계 1위다.

메릴린치 등 글로벌 IB들은 지난 10월 중국공상은행의 IPO를 주선하면서 단번에 5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109개 해외 점포가 벌어들인 수익보다 25%나 많다.

인도 거리에는 뮤추얼 펀드 광고판을 전자상품 광고판만큼이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뮤추얼 펀드 시장이 2004년 말 330억달러에서 1년반 만에 620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불면서 인도는 지금 세계 자산운용사들의 격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도 지난해부터 이들 지역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투자 미래에셋 현대 굿모닝신한 동양종금 브릿지증권 등이 사무소 또는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투자도 본격화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기자본 투자나 IB 영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은 "선진국처럼 우리도 자본시장통합법을 서둘러 제정해 국내 증권사들이 아시아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외환위기를 겪은 지 10년이다.

외환위기로 외국계 투자은행에 막대한 수업료를 낸 한국 금융산업이 이젠 아시아에서 과실을 따기 위해 뛰어야 할 시점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