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性均 < 신한카드 사장 >

세상이 시끄럽다. 정치도 사회도 구심력을 잃고 삐걱거리고 있다. 파장(波長)은 경제에도 미치고 있다. 경제학은 원래 비관적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춰 '음울한 학문'(dismal science)이라는 별칭을 얻었다는 점에 위안을 삼아보지만,많은 이코노미스트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한결같이 어둡게만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비관적 전망들은 아직 벌어진 결과들이 아니다.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에 상응해서 '희망의 싹'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우리 경제는 현 시점에서 그 가능성과 잠재력에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줄 만한 것들이 많이 있다. 더구나 지금 세계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에 여전히 경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사실 우리 경제와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세계 일류 제품들이 속출하고,첨단 IT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세계 각지에서 우리 기업의 광고와 협찬도 눈에 띈다. 외국의 스타급 경영자,투자가,석학(碩學)이 수시로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표면상의 경제 수치나 텍스트로는 알 수 없는 우리 경제의 실상을 반영하는 중요한 시사점이라 하겠다.

우리 경제를 낙관하는 더 근본적 이유는 우리 사회가 새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임계치(臨界値)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1950년대 일본 교토대학 영장류 연구원들이 무인도(無人島)에 사는 일본원숭이들에게 고구마를 주었다. 어느날 한 어린 원숭이가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는 법을 익혔다. 차츰 어린 원숭이와 암컷 원숭이가 하나둘씩 따라하더니 그 방법을 익힌 원숭이가 100마리에 이르자 순식간에 그 섬은 물론 다른 섬들의 원숭이들까지 씻어먹게 됐다. 미국 과학자 라이얼 왓슨(Lyall Watson)은 '100마리째 원숭이 현상'에 착안해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수가 임계치에 도달하면 그 행동은 그 집단을 넘어 급속히 확산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꼭 이런 형국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함께 IT문명의 세례를 받은 신세대가 쏟아져 나오면서 획기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2006국가정보화 백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정보화 수준은 스웨덴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이자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 1위,인터넷 이용자수 3위,케이블TV 가입자수 1위다.

정통부 조사에서 5살 어린이의 인터넷 이용률은 64.5%,4살 44.6%,3살도 30%가 넘었고 인터넷을 시작한 때는 2.3세라고 한다. 휴대전화 보급도 4000만대에 달한다. 실시간 네트워크를 능숙하게 다루는 인구의 급증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체질 변화까지 수반하고 있다.

이 새로운 사회 추세와 첨단산업이 효과적으로 결합되면 우리 경제는 또 한번 번영을 구가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 징후(徵候)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OECD의 'IT아웃룩2006'을 보면 우리의 IT 수출비중은 2004년에 34%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첨단산업은 매우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세계 표준을 선점하는 이점(利點)까지 있다.

앞으로 5년 내에 우리 경제의 방향이 정해지고 그 주류를 형성할 산업,기업,인재가 확정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종래처럼 소수 유력가의 영향력에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일은 크게 퇴색할 것이라는 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경제에는 분명히 좋은 신호다.

미래학자들은 창조 전략과 비즈니스를 결합하는 능력 없이는 국가나 기업의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 원천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인재확보다. 우리 신세대들은 그런 점에서 큰 기대를 걸 만하기에 충분하다. 높은 정보화 역량,글로벌 감각,창의적 발상,문화적 자신감 등 새 시대가 요구하는 경쟁력을 두루 갖추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역이 되어 만든 한류(韓流)가 잘 입증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이들이 만들어 갈 사회는 훨씬 활기찰 것이고,흡사 LPGA 무대의 한국 낭자군처럼 세계 시장에서 거센 돌풍을 일으킬 것이다. 한국 경제의 장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