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시장의 예측대로 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콜금리 목표치를 동결했다.

지난 2분기 이후 성장속도가 느려진 국내 경기가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선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콜금리를 인상할 만큼 성장세가 확연해진 것도 아니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고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거나 북한 핵문제가 증폭될 수 있는 등 불안 요인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년 경제전망이 맞는지,다른 변수들은 어떻게 진행될지를 좀 더 지켜본 뒤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두 달 더 지켜볼 듯

한은은 올해 국내 경기가 당초 한은이 전망했던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내년에도 다소 걱정되는 요인들이 있긴 하지만 견실하게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자신했다.

민간소비가 다소 둔화된 것만 제외하면 수출과 설비투자 건설경기 등이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올해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는 기우였던 것 같다"며 "지난 2분기 이후 성장 속도가 줄었으나 최근에는 완만하지만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에 대한 한은의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기판단만을 근거로 해서 콜금리를 인상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담이 컸다.

우선 소비자물가와 근원인플레이션이 모두 안정돼 있기 때문에 통화가치 안정 차원에서 금리를 올릴 만한 설득력이 부족했다.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해야 했고 오는 23일부터 시행되는 지급준비율 인상에 따른 파급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집값 과잉유동성 우려 여전

이 총재는 "아파트 가격이 11월 중순까지 비교적 빠른 상승세를 보여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줬다"며 " 최근에 상승 속도가 조금 둔화됐으나 불안심리는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아파트 가격을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는 얘기도 했다.

가파른 통화 증가 속도에 대해서도 한은은 우려했다.

이 총재는 "11월 통화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빨랐는데 조금 더 느려졌으면 좋겠다"며 "12월 이후 통화 증가 속도에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지난 8월까지의 콜금리 목표치 인상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지준율 인상 효과도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통화 증가 속도가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이 총재가 예상하는 것처럼 통화 증가 속도가 둔화되지 않을 경우 한은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외화 지준율 인상

금통위는 또 외화 부문의 유동성 증가를 억제하고 원화예금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요구불 외화예금의 지급준비율을 5%에서 7%로 인상했다.

2000년 4월 7%에서 5%로 내렸던 것을 다시 올린 것.저축성외화예금과 외화양도성예금증서 지준율 2%와 특수주체 외화예금 지준율 1%는 현행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외화예금 지준율 인상조치로 외화예금의 평균 지준율은 현재 3.6%에서 4.8%로 높아지고 지준 적립금은 8억5000만달러에서 11억1000만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외화예금의 이자율은 통화별로 다르기 때문에 추가 부담에 따른 비용을 전체적으로 산정하기가 어렵다.

다만 미국 달러의 정책금리가 연 5.25%,유로화는 3.25%,엔화는 0.25%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외화예금 지준 추가적립에 따른 비용은 모든 은행들을 합쳐도 100억원을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