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유럽총괄본부를 내년에 영국 런던으로 옮기기로 했다.

유럽 물류의 중심은 여전히 암스테르담이고 런던은 각종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영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에 유럽 본사를 둔 일본 소니도 지난해 영국 웨이브릿지에 제2의 유럽 본부를 설치했다.

처음부터 영국에 둥지를 튼 삼성전자와 미국 모토로라를 포함해 웬만한 전자업체의 유럽 본부가 모두 영국에 집결하는 셈이다.

글로벌 전자 업체들이 영국 시장을 놓고 '일전 불사'에 돌입했다.

독일 프랑스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일종의 '테스트 마켓'으로서 영국이 갖는 전략적 의미는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승리해야 세계에서 승리한다


LG전자는 올해 전략 제품인 초콜릿폰의 글로벌 론칭 장소로 영국을 선택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초콜릿폰을 '찬밥 대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이통사들의 태도는 영국에서의 대성공을 지켜본 후 180도 달라졌다.

서로 더 많은 초콜릿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초콜릿폰이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할 수 있었던 건 영국 휴대폰 시장은 소비자를 공략하면 되는 '오픈 마켓'이기 때문.심(SIM)카드만 바꿔 끼우면 이통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GSM 방식인 데다 유럽 내 주요 이통사들(보다본,O2,T모바일,오렌지)이 25%씩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세계에서 이통사의 영향력이 가장 낮은 시장이다.

휴대폰 업체들로서는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무대인 셈이다.

휴대폰뿐 아니라 LCD PDP 등 디지털 평판 TV 메이커들에도 영국은 훌륭한 테스트마켓이다.

유럽 국가 중에서 HD(고화질) 방송을 가장 먼저 송출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

삼성전자 관계자는 "영국이 유럽에서 'TV의 제2중흥기'를 이끌게 될 것"이라며 "영국 소비자들은 독일 프랑스에 비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영국 명문 축구 클럽 첼시에 5000만파운드(약 900억원)나 투자할 만큼 영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메이저 유통업체 대부분 영국에 위치


영국에는 또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메이저 전자 유통업체들이 모두 모여있다.

이 업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전자업체들은 영국 시장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카폰웨어하우스,폰4유 등 휴대폰 전문 매장뿐 아니라 유럽 최대 전자 양판점인 딕슨(Dixon),3위인 코멧(Comet) 등 대형 유통 채널들이 모두 본사를 영국에 두고 있다.

게다가 프랑스계로 유럽 최대 인터넷 유통업체인 픽스매니아와 러시아 최대 전자유통체인 엘도라도를 최근 영국 딕슨이 인수하기도 했다.

또 전세계 메이저급 할인점인 영국 테스코도 최근 전자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유통 채널을 잘 잡으면 유럽 시장 전체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런던=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