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04년 영등포구 양평동.당산동,성동구 성수동 일대 준공업지역 7개 구역,5만여평을 재개발 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가 2년 뒤 느닷없이 아파트를 짓는 것이 조례상 불가능하다고 통보해 서울시 말만 믿고 이 곳 주택을 샀던 투자자와 시공권을 수주한 건설사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이달 안으로 구역 지정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2004년 서울 시내 294곳을 2010년까지 재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재개발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 기본계획에는 준공업지역에 해당하는 영등포구 양평 10.11.12.13.14구역,당산 8구역,성동구 성수17구역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양평 10.11.12.13구역과 성수17구역 등 5개 구역은 본격적인 재개발에 들어가 2005년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구청으로부터 재개발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또 양평 11(삼성물산).12(GS건설).13구역(삼성물산) 등은 건축을 담당할 시공사까지 선정했다. 지금까지 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돈은 추진위별로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추진이 가장 빠른 양평 11구역과 13구역이 올 1월 재개발 구역지정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시 도시계획과가 구역지정 협의과정에서 이들 7개 준공업지역은 공장우세지역(공장비율 30% 이상)이어서 도시계획 조례상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하다며 구역지정을 해줄 수 없다고 한 것.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는 준공업지역의 경우 비공업기능우세지역(공장비율 10% 이하)에 한해 부지 20%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아파트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서울시의 재개발 기본계획과 도시계획 조례가 상충하면서 주민과 시공사가 피해를 보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영등포구청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에게 시와 협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울시 주거정비과에서 재개발 기본계획 수립을 할 당시 관련 부서인 도시계획과와 분명히 협의를 했고 그 당시 도시계획과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협의 당시 도시계획과가 조례를 꼼꼼히 살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서울시는 그럼에도 차일피일 대책을 미루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양평11구역의 조용익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연말까지 서울시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와 시공사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평동 양평공인 관계자는 "재개발 기본계획에 포함된 이후 10평대 지분값이 평당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며 "재개발이 되지 않으면 기본계획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이 큰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한 시공사 관계자도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큰 돈이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추진위 운영 자금도 대여하고 있는 만큼 시공사 입장에서도 손해를 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다른 준공업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선뜻 대책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