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루만에 7원90전이나 급락,9년1개월 만에 920원선이 붕괴(崩壞)됐다.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당 900원대의 환율 유지도 자칫 위태롭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받게 될 타격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당장 어제 증권시장에서도 환율하락의 여파로 수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소비와 투자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겨우 수출로 벌어들인 돈마저 환율로 까먹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환율급락은 자칫 우리 경제의 근간마저 뒤흔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글로벌 달러 약세의 대세 속에서 환율하락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이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과 함께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경기과열 진정 차원에서 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예상이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수출기업들이 잇따라 달러 매도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너무 가파르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원화값은 달러화에 비해 지난해 말보다 9.4% 상승한데 비해 엔화는 겨우 2.7% 오르는데 그쳤다.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급속도로 잠식되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미 환율은 우리 기업들이 영업이익을 낼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950원73전이며 대기업은 928원26전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환율이 더 떨어지면 아예 수출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당장 환율하락 추세를 되돌릴 만한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만 환율하락 속도를 늦춰 기업들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정부는 해외투자의 초점이 해외원자재 확보 등 국내 경제에 보탬이 되는 부문에 맞춰지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분별한 해외 단기 차입(借入)이 없는지도 점검하고 외환보유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크다.

기업들도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품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한편 거래통화를 다양화하는 노력으로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