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원화강세)를 이어가면서 대표적 수출업종 중 하나인 국내 조선사들의 환 헤지(위험회피) 전략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평균 3년~3년6개월치 조업물량에 해당하는 기존 수주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환헤지를 해둔 상태다.

따라서 기존 수주분에 대해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의 직접적인 악영향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3' 조선사인 현대중공업(310억달러) 삼성중공업(250억달러) 대우조선해양(220억달러)이 길게는 2009년 말까지 확보해 놓은 수주잔액은 모두 780억달러로 추산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만 떨어져도 이들 3사의 향후 현금유입액이 7800억원(780억×10원) 감소할 수 있을 정도로 환율은 실적의 핵심 요인이지만,기존 수주분은 거의 대부분 환헤지가 돼 있어 이런 환위험은 낮은 상황이다.

환헤지 기법 '3사3색'

다만 업체별로 환헤지 방법과 비율은 그야말로 '3사3색'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환헤지를 한 업체는 삼성중공업.이 회사는 '완전 헤지' 전략을 쓴다.

수주 계약이 체결돼 받게 될 달러 수취 예상 금액은 전액 달러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해 헤지하는 것은 물론,수입자재대금 등 달러 지불 예상 대금도 달러선물 매수를 통해 모두 헤지하고 있는 것.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처럼 수취 및 지불금액 모두를 헤지하게 되면 관련 수수료가 추가로 들어가는 단점이 있지만 헤지 시점의 환율로 원화 수익과 비용을 고정시켜 미래 환율 변동과 관계없이 실적을 확정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달러 수취 예상 금액에서 달러 지불 예상 금액을 뺀 '환 위험 노출 금액'(Foreign Exchange Exposure)을 대상으로 환헤지를 한다.

통상 우리나라 조선사는 선박 수주를 통해 받은 달러금액 중 35% 정도는 수입자재 대금지급 등을 위해 다시 달러로 지불하는 영업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은 사실상 수주금액의 65% 정도만 노출된다.

대우조선해양은 환 위험 노출 금액의 100%를 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한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환 위험 노출 금액의 70% 정도만 헤지한다.

상황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지 않고 횡보하거나 상승할 경우 헤지 관련 수수료를 절감하거나 일정 정도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자는 전략이다.

신규 수주는 걱정

기존 수주분은 환헤지를 통해 원화 강세 악재를 제거 또는 줄였지만,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은 악재임에 틀림없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향후 신규 수주하게 될 선박 등의 원화 환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 업황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원·달러 환율 하락폭을 선박 가격에 전가할 수 있겠지만 업황이 악화된다면 가격 전가가 힘들어지면서 원화 기준 선박 가격은 하락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승섭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체의 수익성은 환헤지를 해 놓은 기존 수주분이 매출로 잡히는 2009년까지는 양호하겠지만 향후 신규 수주분이 매출로 인식되는 2010년 이후부터는 환율 하락 폭의 선가 전가 정도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