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고 삼성과 현대 LG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지만 금융쪽에서는 이름을 거론할 만한 은행이 없다"며 국내 은행들은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행장은 지난달 29일 홍콩우리투자은행 개소식이 열린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은행의 해외점포 개설에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며 과당경쟁을 우려하고 있는데,이제는 정부에서 제한을 풀어야 할 때가 온 것 아니냐"며 "국내 은행들도 아시아 시장에서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인수합병(M&A) 방식으로 홍콩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급하게 진출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며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은행들이 30여년 전에 서울지점 형태로 국내에 들어와 시장을 충분히 이해한 뒤 국내은행을 인수한 것처럼 한국의 은행들도 지금부터 해외에 진출해 현지시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행장은 한국 최초의 역외 투자은행(IB)인 홍콩우리투자은행의 출범과 관련,"5년 안에 1억달러 이상 영업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와 같은 세계적인 은행에서 하지 않고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 실력을 쌓다보면 세계적인 은행들과 언젠가는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행장은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현지은행 인수 등을 통해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5~10년의 경험을 쌓으면 현지 금융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