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강국' 로봇이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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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삼성중공업 르포 ]
# 장면 1
지난 17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제5도크 내부.15만8000t급 유조선 건조가 한창이다.
이 유조선의 지상 28m 지점 한 외벽.긴 호스를 매단 가로·세로 약 30~40cm 크기의 '벽면 흡착식 진공 브라스팅(Blasting) 로봇' 한 대가 거미처럼 달라 붙어 작업 중이다.
브라스팅이란 선박블록(선박부품 덩어리) 간 용접자리에 생긴 이물질과 녹을 제거하는 것으로,작년만 해도 기능공들이 일일이 고소작업차를 타고 끌로 긁어 냈다.
삼성중공업은 올초 용접자리를 스스로 쫓아가면서 브라스팅 작업을 하는 로봇 6대를 작업에 투입했다.
김세환 삼성중공업 생산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종전 사람이 할 때는 분당 평균 0.2m였던 브라스팅 작업속도가 로봇 도입 후 분당 1.2m로 6배 정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 장면 2
같은 날 제1도크 옆 암벽에서 건조 중인 13만5000㎥ LNG선 갑판 위.직경 56.6cm짜리 LNG 운송 파이프 속으로 '파이프 내부 자동 검사 로봇'이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이 로봇은 LNG선 1척당 길게는 2000km에 달하는 파이프 내부의 용접 상태를 검사하고 불순물을 청소한다.
로봇이 없을 때 이 작업은 빼빼 마른 사람이 다리에 밧줄을 묶고 직접 파이프 속에 들어가야만 가능했다.
유독가스가 나와 질식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고,한여름에는 파이프 내 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가 작업효율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로봇을 도입한 후 근로자의 작업환경이 좋아진 것은 물론,종전 4주에 달했던 파이프 검사 작업 기간이 2주로 단축됐다.
국내 조선사들이 로봇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노동집약사업'이라고 불리던 조선업이 2000년 이후 '첨단 기술 산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한동안 기능공들이 직접했던 고위험·단순반복 작업을 로봇을 통해 자동화하면서 산업재해도 줄이고 생산성도 개선시키고 있다.
브라스팅이나 파이프 검사 외에 로봇이 조업 현장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분야는 용접이다.
7~8년 전부터 삼성중공업은 블록제조 등 각종 선박 건조 과정에 로봇 시스템을 속속 도입해 왔다.
이 결과 선종별 용접자동화율은 현재 초대형유조선(VLCC) 65%,탱크선 62%,컨테이너선 58%,LNG선 58%에 달하고 있다.
특정 부문만 놓고 보면 용접자동화율은 더 높아진다.
LNG선 화물창의 경우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자체개발한 '스파이더 로봇'을 활용해 현재 용접자동화율이 72%까지 높아진 상태다.
자동화 진전으로 자연히 생산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1인당 선박건조량(조선부문 인원 기준)은 2001년 354.04GT에서 작년 491.88GT로 4년 새 38.9% 높아진 게 단적인 예다.
최병삼 삼성중공업 경영기획팀 기획파트장은 "조선업만 놓고 볼 때 국내 인건비는 중국보다 8배 정도 비싼 것으로 파악된다"며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로봇 활용과 자동화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조선업계에서 이뤄내지 못한 도장(페인팅)의 자동화도 곧 실현될 전망이다.
김재훈 삼성중공업 생산기술연구소장(상무)은 "현재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 국내 5대 조선소가 2009년까지 도장 부문의 자동화를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2009년께부터 국내 업체 중 적어도 한 곳은 도장 자동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동 도장 기술은 일본이 '용접공법'을 개발해 '리벳공법'을 쓰던 영국을 따돌리고 40년 동안 세계 조선산업을 지배한 것 만큼이나 생산기술상의 커다란 진전"이라며 "도장 작업 자동화에 가장 먼저 성공할 경우 국내 조선업의 세계 1위는 상당 기간 더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거제=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 장면 1
지난 17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제5도크 내부.15만8000t급 유조선 건조가 한창이다.
이 유조선의 지상 28m 지점 한 외벽.긴 호스를 매단 가로·세로 약 30~40cm 크기의 '벽면 흡착식 진공 브라스팅(Blasting) 로봇' 한 대가 거미처럼 달라 붙어 작업 중이다.
브라스팅이란 선박블록(선박부품 덩어리) 간 용접자리에 생긴 이물질과 녹을 제거하는 것으로,작년만 해도 기능공들이 일일이 고소작업차를 타고 끌로 긁어 냈다.
삼성중공업은 올초 용접자리를 스스로 쫓아가면서 브라스팅 작업을 하는 로봇 6대를 작업에 투입했다.
김세환 삼성중공업 생산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종전 사람이 할 때는 분당 평균 0.2m였던 브라스팅 작업속도가 로봇 도입 후 분당 1.2m로 6배 정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 장면 2
같은 날 제1도크 옆 암벽에서 건조 중인 13만5000㎥ LNG선 갑판 위.직경 56.6cm짜리 LNG 운송 파이프 속으로 '파이프 내부 자동 검사 로봇'이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이 로봇은 LNG선 1척당 길게는 2000km에 달하는 파이프 내부의 용접 상태를 검사하고 불순물을 청소한다.
로봇이 없을 때 이 작업은 빼빼 마른 사람이 다리에 밧줄을 묶고 직접 파이프 속에 들어가야만 가능했다.
유독가스가 나와 질식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고,한여름에는 파이프 내 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가 작업효율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로봇을 도입한 후 근로자의 작업환경이 좋아진 것은 물론,종전 4주에 달했던 파이프 검사 작업 기간이 2주로 단축됐다.
국내 조선사들이 로봇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노동집약사업'이라고 불리던 조선업이 2000년 이후 '첨단 기술 산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한동안 기능공들이 직접했던 고위험·단순반복 작업을 로봇을 통해 자동화하면서 산업재해도 줄이고 생산성도 개선시키고 있다.
브라스팅이나 파이프 검사 외에 로봇이 조업 현장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분야는 용접이다.
7~8년 전부터 삼성중공업은 블록제조 등 각종 선박 건조 과정에 로봇 시스템을 속속 도입해 왔다.
이 결과 선종별 용접자동화율은 현재 초대형유조선(VLCC) 65%,탱크선 62%,컨테이너선 58%,LNG선 58%에 달하고 있다.
특정 부문만 놓고 보면 용접자동화율은 더 높아진다.
LNG선 화물창의 경우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자체개발한 '스파이더 로봇'을 활용해 현재 용접자동화율이 72%까지 높아진 상태다.
자동화 진전으로 자연히 생산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1인당 선박건조량(조선부문 인원 기준)은 2001년 354.04GT에서 작년 491.88GT로 4년 새 38.9% 높아진 게 단적인 예다.
최병삼 삼성중공업 경영기획팀 기획파트장은 "조선업만 놓고 볼 때 국내 인건비는 중국보다 8배 정도 비싼 것으로 파악된다"며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로봇 활용과 자동화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조선업계에서 이뤄내지 못한 도장(페인팅)의 자동화도 곧 실현될 전망이다.
김재훈 삼성중공업 생산기술연구소장(상무)은 "현재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 국내 5대 조선소가 2009년까지 도장 부문의 자동화를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2009년께부터 국내 업체 중 적어도 한 곳은 도장 자동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동 도장 기술은 일본이 '용접공법'을 개발해 '리벳공법'을 쓰던 영국을 따돌리고 40년 동안 세계 조선산업을 지배한 것 만큼이나 생산기술상의 커다란 진전"이라며 "도장 작업 자동화에 가장 먼저 성공할 경우 국내 조선업의 세계 1위는 상당 기간 더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거제=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