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서남권 종합발전 계획은 '장밋빛' 일색이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14년간 22조4000억원을 들여 무안·목포·신안을 환황해권의 신산업 거점으로 육성해 인구 60만명 수준의 자족형 중핵 도시권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 계획 자체가 '뜬 구름잡기' 식인 데다 이미 지방자치단체가 발표한 내용을 짜깁기한 것으로 부실해 추진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재원 조달방안이 불투명해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시각도 있다.

○대선용(?) 논란

그동안 서남권을 개발한다는 프로젝트는 수 차례 발표됐다.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 도시개발사업)와 S프로젝트(서남해안개발사업)가 대표적이다.

특히 S프로젝트는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지시로 추진됐다가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치 문제로 비화돼 좌초됐다.


J프로젝트는 전남도가 2016년까지 영암군 삼호읍과 해남군 산이면 일대 3000만평에 F1자동차 경주장,자동차 밸리,해양레저타운,병원,대학,골프장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서남권 종합발전방안은 S프로젝트가 축소,대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미 추진 중인 교통 인프라 계획이 포함됐다는 점 정도만 다르다.

이 때문에 대선을 겨냥한 정치색 짙은 프로젝트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경우 계획이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남도는 큰 틀에서는 정부의 구상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남해안 지역 전체가 낙후돼 있어 무안 목포 신안 중심의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남권 발전 방안의 공간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24일 "서남해안권 발전 구상과 J프로젝트,해남 화원관광단지까지 한데 묶는 개발계획을 다시 수립해야만 시너지 효과를 거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원조달 의문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내년부터 2020년까지 인프라 사업에 15조2000억원,서남권 발전 사업에 7조2000억원 등 무려 22조4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청와대 강태혁 균형발전 비서관은 "지자체별로 추진 중이던 각종 개발사업을 하나로 묶었다"며 "관광·산업·물류 분야의 특화된 거점 구축을 통해 새만금·광주·제주로 이어지는 연계발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갈 길이 너무 멀다.

서남권발전사업에 투입할 7조2000억원 가운데 재정투입분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업의 투자로 채운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어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기업도시 개발에도 대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그만큼 민자유치의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거창한 개발 계획만 보고 투자하기는 힘들다"며 "투자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 주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차제에 국가균형발전이란 목표 아래 행정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면서 '선택과 집중'없는 마구잡이식 각종 개발사업을 벌여 정부 재정 고갈은 물론 지방의 땅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