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교수의 이슈경제학] 헤지펀드의 투기행태‥단기간에 고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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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 A가 1000억원을 빌린다(외국인의 거액원화 조달은 금지돼 있으나 일단 가능하다고 하자). 그런데 그는 이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다고 하자.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라면 그는 1000억원을 팔아서 1억달러를 살 수가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외국인 투자자가 알고 보니 큰손이다.
바로 거대한 헤지펀드였던 것이다.
이제 소문이 퍼지고 국내투자자를 포함해 많은 투자자가 흔들린다.
"원화가 고평가 되었구나,달러가격이 오르겠구나,그래서 국제적 큰손이 움직였겠지,1500원은 갈 것 같다" 하는 식의 소문이 무성해지며 이제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움직인다.
원화 투매가 일어나고 달러 사재기가 시작된다.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하면 최후의 주자가 나선다.
바로 한국은행이다.
원화가치 방어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인 한국은행이 나서 이제 시장에 개입한다.
이 기관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인다.
치솟던 달러시세는 잠시 주춤한다.
강력한 상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 상황은 투기세력과 중앙은행 간에 달러를 둘러싼 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문제는 외환보유고다.
중앙은행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외환보유고는 줄어든다.
만일 공격의 강도 곧 달러매수세가 워낙 강해 중앙은행이 밀리기 시작하고 달러보유고가 부족해지는 듯 보이면 이제 달러시세가 폭등하고 상황은 끝난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손을 들고 달러시세는 1500원까지 급상승한다.
이제 1억달러를 사놓은 투자자 A는 신이 난다.
1억달러의 자산가치가 1500억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빌린 돈 1000억원을 빼도 500억원을 번 셈이다.
새로운 달러 대비 원화환율 1500원을 적용하면 자그마치 3333만달러다.
3000여만달러를 며칠 새 번 것이다.
이것이 바로 투기적 공격(speculative attack)의 실체다.
고평가된 통화를 빌려 외환시장에 내다 팔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통화를 사들이는 이 전략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공격 대상으로 삼게 되므로 성공할 경우 이윤 규모가 매우 크다.
단시간에 큰 돈을 챙기게 되므로 헤지펀드들이 애용하는 전략 중 하나다.
실제로 조지소로스와 그가 운용하는 퀀텀 펀드가 전 세계에 알려진 것도 바로 이 투기적 공격을 통해서 였다.
소로스는 1992년 고평가된 파운드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을 감행해 성공함으로써 파운드화를 20% 정도 절하시켰고 이 과정에서 약 10일간 10억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위의 설명에서 원화 대신에 파운드화를,그리고 한국은행 대신 잉글랜드은행을 대입하면 전략의 시나리오가 똑같아진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이 펀드에 가입한 고객 중에는 영국 황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한 자금 중 일부가 영국 황실에서 나온 셈이다.
이 사실을 흥미 있게 여긴 미국 언론들이 늦게 이를 대서특필하기 시작했고 조지소로스는 일약 세계 유명인사로 떠오르게 됐다.
최근의 투기적 공격은 변형된 형태를 보인다.
특히 헤지펀드들이 주목하는 수단은 주가지수선물이다.
일단 한 통화가 투기적 공격 대상이 되면 시장은 움츠러들고 주가는 떨어진다.
이때 주가지수선물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주가지수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는 엄청난 이익을 본다.
투기적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주가지수선물에 대량의 매도 포지션을 걸어놓고 공격을 감행하면 일단 주가가 크게 하락하므로 실패나 성공 여부가 가려지기 전에라도 공격자들은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헤지펀드들은 여러 번에 걸쳐 홍콩 달러를 공격했다.
홍콩 달러를 집중적으로 매도하되 그전에 아시아의 대부분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취해놓은 것이다.
투기적 공격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 시장에서 주가와 주가지수선물 가격은 크게 하락했고 이들은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
1998년 8월의 경우 투기세력이 홍콩시장에서 주가지수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한 후 투기적 공격을 감행하자 이를 감지한 홍콩 통화당국은 아예 선물만기일에 직접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주가를 올려버렸고 주가지수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한 헤지펀드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는 상황까지 나타났었다.
사실상의 중앙은행이 주식을 사는 것은 너무했다는 국제 금융시장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그 이후 홍콩달러를 이용한 투기적 공격은 일단 줄어들었다.
국제 금융시장은 칼 대신 돈으로 하는 전쟁이 벌어지는 전쟁터다.
잘못 되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다친다.
내년도 한국 경제는 매우 어렵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수지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선거철까지 겹쳐 불안한 요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외국인이 원화를 빌리기 힘들어 원화에 대한 직접적인 투기적 공격은 없겠지만 주가지수선물시장이나 새로 도입될 주식선물시장 등을 이용한 변형된 공격은 가능하다고 보인다.
수지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수준에 맞게 환율을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정책을 포함해 투기세력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금융시장 균형에 각별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외국인 투자자가 알고 보니 큰손이다.
바로 거대한 헤지펀드였던 것이다.
이제 소문이 퍼지고 국내투자자를 포함해 많은 투자자가 흔들린다.
"원화가 고평가 되었구나,달러가격이 오르겠구나,그래서 국제적 큰손이 움직였겠지,1500원은 갈 것 같다" 하는 식의 소문이 무성해지며 이제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움직인다.
원화 투매가 일어나고 달러 사재기가 시작된다.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하면 최후의 주자가 나선다.
바로 한국은행이다.
원화가치 방어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인 한국은행이 나서 이제 시장에 개입한다.
이 기관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인다.
치솟던 달러시세는 잠시 주춤한다.
강력한 상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 상황은 투기세력과 중앙은행 간에 달러를 둘러싼 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문제는 외환보유고다.
중앙은행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외환보유고는 줄어든다.
만일 공격의 강도 곧 달러매수세가 워낙 강해 중앙은행이 밀리기 시작하고 달러보유고가 부족해지는 듯 보이면 이제 달러시세가 폭등하고 상황은 끝난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손을 들고 달러시세는 1500원까지 급상승한다.
이제 1억달러를 사놓은 투자자 A는 신이 난다.
1억달러의 자산가치가 1500억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빌린 돈 1000억원을 빼도 500억원을 번 셈이다.
새로운 달러 대비 원화환율 1500원을 적용하면 자그마치 3333만달러다.
3000여만달러를 며칠 새 번 것이다.
이것이 바로 투기적 공격(speculative attack)의 실체다.
고평가된 통화를 빌려 외환시장에 내다 팔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통화를 사들이는 이 전략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공격 대상으로 삼게 되므로 성공할 경우 이윤 규모가 매우 크다.
단시간에 큰 돈을 챙기게 되므로 헤지펀드들이 애용하는 전략 중 하나다.
실제로 조지소로스와 그가 운용하는 퀀텀 펀드가 전 세계에 알려진 것도 바로 이 투기적 공격을 통해서 였다.
소로스는 1992년 고평가된 파운드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을 감행해 성공함으로써 파운드화를 20% 정도 절하시켰고 이 과정에서 약 10일간 10억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위의 설명에서 원화 대신에 파운드화를,그리고 한국은행 대신 잉글랜드은행을 대입하면 전략의 시나리오가 똑같아진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이 펀드에 가입한 고객 중에는 영국 황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한 자금 중 일부가 영국 황실에서 나온 셈이다.
이 사실을 흥미 있게 여긴 미국 언론들이 늦게 이를 대서특필하기 시작했고 조지소로스는 일약 세계 유명인사로 떠오르게 됐다.
최근의 투기적 공격은 변형된 형태를 보인다.
특히 헤지펀드들이 주목하는 수단은 주가지수선물이다.
일단 한 통화가 투기적 공격 대상이 되면 시장은 움츠러들고 주가는 떨어진다.
이때 주가지수선물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주가지수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는 엄청난 이익을 본다.
투기적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주가지수선물에 대량의 매도 포지션을 걸어놓고 공격을 감행하면 일단 주가가 크게 하락하므로 실패나 성공 여부가 가려지기 전에라도 공격자들은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헤지펀드들은 여러 번에 걸쳐 홍콩 달러를 공격했다.
홍콩 달러를 집중적으로 매도하되 그전에 아시아의 대부분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취해놓은 것이다.
투기적 공격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 시장에서 주가와 주가지수선물 가격은 크게 하락했고 이들은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
1998년 8월의 경우 투기세력이 홍콩시장에서 주가지수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한 후 투기적 공격을 감행하자 이를 감지한 홍콩 통화당국은 아예 선물만기일에 직접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주가를 올려버렸고 주가지수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한 헤지펀드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는 상황까지 나타났었다.
사실상의 중앙은행이 주식을 사는 것은 너무했다는 국제 금융시장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그 이후 홍콩달러를 이용한 투기적 공격은 일단 줄어들었다.
국제 금융시장은 칼 대신 돈으로 하는 전쟁이 벌어지는 전쟁터다.
잘못 되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다친다.
내년도 한국 경제는 매우 어렵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수지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선거철까지 겹쳐 불안한 요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외국인이 원화를 빌리기 힘들어 원화에 대한 직접적인 투기적 공격은 없겠지만 주가지수선물시장이나 새로 도입될 주식선물시장 등을 이용한 변형된 공격은 가능하다고 보인다.
수지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수준에 맞게 환율을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정책을 포함해 투기세력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금융시장 균형에 각별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