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대출금리는 0.1~0.2%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은의 지급준비율 인상은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에도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목표 수준인 4.5%로 유지하려면 통화를 풀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주택대출금리 0.1~0.2%포인트 오를듯

23일 한은의 지준율 인상 발표를 접한 은행들은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지준율 인상폭이 당초 예상됐던 5%포인트가 아니라 2%포인트 정도에 그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 등의 지준율이 2%포인트 오른다면 주택담보대출금리가 0.1~0.2%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자금부의 박원제 부부장은 "지준율 상향 조정으로 은행들이 차입을 늘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단이 마땅치 않다면 자산증가를 자제하거나 있는 것이라도 팔아야 한다"며 "이 경우엔 아무래도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대출의 경우 통상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덜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준율이 높아진 만큼 은행들의 부담이 커질 경우 우대금리 혜택을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장기예금 소폭 인상 여지도

은행 관계자들은 예금은 대출에 비해 금리영향이 낮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연 0.1~0.3% 수준에 불과해 지준율이 높아져도 더 이상 낮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근로자장기저축 근로자주택마련저축 등 장기저축성 예금은 지준율이 1.0%에서 0%로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 자금부의 안승환 부부장은 "장기저축성 예금은 은행 전체 수신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지준율 인하가 은행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면서도 "은행마다 지준부담이 없어진 데다 각 은행들이 단기자금을 장기자금 쪽으로 옮기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년 이하 정기예금 등도 CD금리가 움직이면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입출금 예금은 은행수신 중 수익기반이 되는 핵심 예금이라 많은 은행들이 월급통장 유치 등에 올인했다"며 "입출금예금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잡기에는 단기 약효

부동산 시장에선 한은의 이번 조치를 사실상의 금리인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년 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와 다음 달 종합부동산세 부과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전방위 '집값 하락 압박'이 단기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서울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단기간에 워낙 급등한 탓에 11·15 부동산대책을 계기로 매수세가 뚝 끊긴 상태"라며 "대출금리까지 오를 것이란 판단으로 주택을 매물로 내놓으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대출금리 인상은 매수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의 추격매수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다만 수도권에서 1~2년 내 공급대책이 없기 때문에 집값하락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인상이 전세수요를 촉발,여전히 불안양상을 띠고 있는 전셋값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은행 대출금리 인상이 일시적으로 매수심리를 꺾을 수는 있겠지만 대기 매수자들을 전세수요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전셋값 상승에는 단기적으로 묘책이 없다는 게 더욱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내년 서울과 수도권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금리까지 올라갈 경우 내년 봄철 전세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성완·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