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박용" vs "계약파기 절차 돌입"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을 파기할 것이라는 외신의 추측 보도가 22일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7조원에 달하는 초유의 국제적인 계약이 파기될 위험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금융가는 론스타의 이같은 `벼랑끝 전술'을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수단인 동시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실제로 계약을 파기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이 며칠 내에 파기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FT에 "내부적으로 국민은행과 계약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계약을 파기하는 방안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협박성 코멘트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그 수위가 한계점에 근접할 만큼 높아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론스타는 감사원의 조사, 검찰의 수사가 진전되면서 점차 발언 수위를 높여왔다.

론스타는 지난 8월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은 위기에 처했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거나 "외환은행 인수 관련 검찰조사가 적절한 시점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민은행과 재매각 논의가 보류 중"이며 "검찰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국내에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레이켄 회장 발언의 첫번째 의도는 검찰과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 수사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라는 점이 이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수사 결과가 나와 외환은행 재매각이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면 이같은 발언이 좀 더 설득력 있겠지만 결과 발표 전의 움직임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즉 검찰의 방해 때문에 7조원에 달하는 국제적인 계약이 파기됐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해 검찰 수사 결과를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및 국내 여론 등을 이유로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국민은행에 자극을 주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론스타가 실제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이 2003년 외환은행 재매각 과정에서 론스타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에 대비해 미리 경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론스타의 혐의를 입증, 기소에 나서고 다시 지루한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계약을 파기하고 해외에서 다른 대상을 찾아나설 가능성이 크다.

가격보다도 가능한 한 빨리 현금화를 원하는 론스타로선 명분이 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국민은행보다 이 같은 점을 개의치 않는 해외의 또 다른 인수 대상자를 선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5월 본계약 체결 당시 감사원.검찰의 수사와 금융감독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기타 정부 당국의 승인이라는 선행조건을 만족시켜야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론스타와 계약 파기를 협의한 적이 없으며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