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고려대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완전한 '고대인'이 됐다. 학부 출신 이상의 애정으로 학교 발전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고려대 제16대 총장에 이필상 교수(59ㆍ경영학) 가 선임됐다.

이로써 1985년 이후 20여년간 이어져 온 고대의 모교 출신 총장 전통이 깨지게 됐다.

이 신임총장은 경성제국대학(서울대학교의 모태) 출신인 유진오(2,3,4대) 전 총장을 제외하고는 서울대 출신(금속공학과 68학번)으로는 처음 고대 총장직을 맡게 됐다.

이 신임총장은 다음 달 21일 공식 취임해 4년간 총장직을 맡게 된다.

타대학 출신으로 고대의 '순혈주의'를 깬 데다 잇따른 경영대 출신 총장이라는 부담감에 대해 이 교수는 "고대에 부임한 후 흥분되는 마음으로 찾은 것이 바로 '고연전'이었다"며 "그동안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고대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총장직은 돌아가면서 맡는 자리라기보다 학과나 단과대학에 상관없이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차기 총장으로 결정된 첫 소감으로 무엇보다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은 자율적으로 인재를 골라 잘 기를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입시체제로는 선별능력이 없다"며 "정부와 사회가 대학을 믿고,(대학운영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돈있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에게 교육기회를 주고 학교와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확신이 있다면 '기여입학제'는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른 시일 내 사회적 인식이 바뀔 가능성은 없지만 장기적인 과제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다양한 시민단체 활동 이력이 남다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함께하는시민행동,경제정의연구소 등 NGO 활동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왔기 때문.또 한국장기신용은행에 4년간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선물학회장,한국재무학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대한금융공학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벌써부터 전형적인 'CEO형 총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교수는 "시민단체 활동은 사회 비리에 대해 학자의 입장에서 순수하게 목소리를 낸 것일 뿐"이라며 "그러나 총장이 되면 NGO는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대학총장은 양면성을 가지는데 높은 학식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많은 자금을 유치해 학교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경영능력도 필요하다"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글=문혜정ㆍ사진=허문찬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