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다.

이제 문제 자체를 스스로 찾아내고 정의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글로벌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기업은 점점 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이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대학 또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이미 옛것이 돼 버린 죽은 지식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HR포럼 이틀째(9일) '공학교육 혁신과 산학협력 증진'을 주제로 열린 트랙2-세션3에서 발표자들은 글로벌 시대에 공학이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공학 교육의 출발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게리 가브리엘 빌라노바대 공대 학장은 공학도들의 시야가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브리엘 학장은 "지금까지 공학 교육은 누군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해 주면 공학은 그에 대한 해법만 찾아내면 됐다"며 "그러나 그와 같은 단순 문제 풀이는 저개발 국가의 저임금 인력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깨닫기 힘든 상황에서 문제 자체를 찾아내는 능력까지 갖춰야 하는 게 공학도의 자세라는 설명이다.

이날 발표자들은 공학 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공대는 리더십,글로벌한 관점,기술과 윤리의 관계,환경 문제 등을 가르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공학 교육에서도 이 같은 문제들을 다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제시한 것은 개별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다학제적 연구 방법이다.

공학이 다루어야 할 문제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여러 학문 분야를 가로지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래리 라이퍼 스탠퍼드대 교수는 "내가 진행하는 수업에는 전자공학과 교수,경영대 학생,예술대 학생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한다"며 다학제적인 환경을 실현하고 있는 자신의 수업 장면을 사진 자료를 통해 소개했다.

그는 "다학제적인 환경에서 공부한 사람이야말로 차세대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며 'T자형 인간'을 예로 들었다.

'T자형 인간'은 횡적으로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종적으로는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뜻한다.

그러나 라이퍼 교수는 "21세기 공학 교육의 목표는 T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래로 뻗은 직선이 여러 개가 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