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그는 '20세기 중반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란 인정을 갤브레이스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정부개입을 주장했던 케인스주의자들과 맞서던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만 해도 통화량의 역할을 지나치게 물고 늘어지던 통화주의자들은 최소한 학계에서는 예외없이 '광적인 기인(奇人)' 정도로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60년대 후반부터 미 연방준비은행의 통화조절 실패로 경기과열과 침체가 반복되고,또 통화이론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겸손한 승리'를 거뒀다는 게 경제사학자들의 분석이다.
프리드먼은 철저한 자유시장경제의 신봉자였다.
"정부가 부자를 희생시켜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프리드먼이 고안해 낸 용어 가운데 '샤워실의 바보'는 너무도 유명하다.
처음 샤워꼭지를 틀면 찬물이 나오게 마련이다.
바보는 조금 기다리면 될텐데 가장 뜨거운 물이 나오도록 샤워꼭지를 얼른 더 튼다.
그러다 너무 뜨거운 물이 나오면 다시 가장 차갑게 돌린다.
이런 식으로 그는 끊임없이 샤워꼭지를 돌리게 되는데 이는 그가 샤워꼭지 조작과 그 조작의 결과 사이의 시차를 무시한 채 순간순간의 수온에 대한 정보에 의지해서 행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시장에 개입하려는 중앙경제계획자를 마치 샤워실의 바보와도 같은 존재로 본 것이다.
짤막한 비유이지만 그의 자유주의 사상이 집약돼 있다.
현대 경제학의 한 축을 이루면서 시카고학파의 태두였던 프리드먼이 향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빈한한 유대인 이민가정에서 태어나 편모슬하에 힘든 성장기를 보냈으나 한번도 좌절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한다.
토론을 할 때면 뛰어난 기억력으로 실증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상대방을 압도하던 모습은 이제 역사 속에서나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