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시험을 치르는 오늘은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가 마음을 졸이는 날이다. 시험을 앞두고는 누구나 불안하고 초조하게 마련이지만 특히 수능시험은 대학진학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자칫 한번의 실수로 일년을 더 고생해야 하는 것도 수능시험이 주는 부담이다.

수험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고교시절 내내 이어진다. 내신성적에 신경써야 하고,시험점수를 올려야 하고,건강을 챙겨야 하는 3중고(三重苦)의 생활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낸다. 짜증과 신경질을 부리기 일쑤고 중압감을 못이겨 심하면 정신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오죽하면 런던의 유명한 정신병원인 프라이머리가 수험생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클리닉을 개설한 것처럼 전문 의료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까 싶다.

학부모들이 받는 스트레스 역시 고3 수험생 못지않다. 가슴이 벌렁거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든지,소화불량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녀를 통해 인생을 보상받고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부모일수록 증세는 훨씬 심한 편이다. 교회당이나 성당에 새벽기도를 나가고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는 모정(母情)에서 그 긴장되고 간절한 마음을 읽는다.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입시제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왔다갔다해서다.

논술이 남아있긴 하지만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나면 일단 한시름을 놓는다. 그 동안의 스트레스를 풀며 재미있게 보낼 궁리를 한다. 최근 한 전문구인구직 포털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수능시험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굴레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젖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까봐 걱정이다.

다행히 수험생들을 위한 갖가지 문화행사가 여기저기서 개최되고 있다. 음악회 연극 시낭송회에 참여하면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열심히 공부한 당신'이 오늘 시험에서 좋은 결실을 맺길 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