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에 나선 아버지는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포대자루에 집어넣는다.
다시 아들이 마늘과 겨자 고추장 등을 버무린 양념팩으로 아버지의 피부를 벗기자 아버지는 아들을 존속 살인미수혐의로 고소한다.
두 부자의 싸움은 오로지 세입자인 이혼녀 미미(이혜영)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부자는 매력적인 여성 앞에서 인륜을 저버린 채 수컷 본능만 발휘한다.
전은강의 동명 소설을 옮긴 코미디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감독 김성훈)의 주요 내용이다.
비정상적인 부자 관계가 다분히 신세대풍의 감각으로 그려져 있다.
'수컷'들의 싸움은 뜨거운 분노를 배제한 채 쿨한 질투심으로 추진된다.
이 작품은 5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사랑에 목마른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풍자한 것.부자간의 결투는 거의 엽기적인 수준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여자를 둘러싸고 경쟁관계로 변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만화적 상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설정은 한국 대중 문화계에서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열아홉 순정'에서 홍 영감과 그의 아들이 젊은 엄지 여사를 놓고 쟁투를 벌였고,드라마 '황진이'에서도 연인의 부친이 황진이에게 화초머리를 엊어줬다.
부자가 동원된 삼각관계는 드라마 작법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삼각관계다.
웬만한 자극에는 꿈적 않는 관객들을 움직이기 위한 설정이다.
우리 사회의 무너진 성도덕도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시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자주 키득거렸다.
동년배 중 가장 개성적인 배우로 평가되는 아버지역 백윤식과 아들역 봉태규의 '시치미 뗀 듯한' 얼굴과 목소리 연기 덕분이다.
신선한 발상의 코미디라는 호평과 아무리 그렇지만 부자간의 싸움이 민망할 정도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을 작품이다.
오는 16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