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많은 어른들이 별다른 부담감도 없이 아이들에게 던지는 이 말을 호주에서는 이제 아이들도 어른들을 향해 당당하게 던지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 있는 포트 필립시가 도시계획에서부터 보건 행정, 각종 행사와 관련해 네살짜리들에게서도 자문을 받고 있는 까닭이다.

13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포트 필립시 당국은 멜버른 대학과 공동 연구과제로 5세 미만의 어린이들도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으로 인정하고 행정에 참여시키는 계획을 지난 7월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부모들 사이에서는 시당국의 조치에 다소 어처구니없어 하면서 상식선에서 일을 처리하라는 주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필립시 당국은 어른들의 우려 섞인 주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 도입한 계획에 따라 어린이들의 '고견'을 도시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유치원까지 찾아다니며 놀이 등에 쏟아야 할 귀중한 시간을 조금만 할애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시 당국은 도시행정의 의사 결정과정에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큰 목적이 있다면서 어린이들은 도시계획을 비롯해 보건이나 교육 행정, 각종 행사 계획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이나 그림은 물론이고 얼굴 표정까지도 이용해서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당국은 특히 유치원 어린이들에게는 유치원 교사를 선발할 때 어떤 자질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의견을 물어보고 3살이 채 안 된 어린이들에게는 산부인과나 소아병동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제일 먼저 체중이나 키를 재고 싶은 곳을 고르도록 하는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멜버른 대학 아동 평등 혁신연구소의 카일리 스미스 박사는 이번 계획은 아주 획기적인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곧 혁신 연구소 주최로 열리게 되는 국제아동회의에서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트 필립시가 여러 가지 면에서 여타 기관들과 다른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어린이들의 의견수렴 과정은 비단 어린이나 가족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도시행정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트 필립시의 제닛 볼리토 시장은 미래의 주인공들인 어린이들에게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그들이 앞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