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생명과학 연구대학으로 평가받는 하버드 의대에는 최근 한국인 생명과학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 20∼30년 전만 해도 손꼽을 정도였던 이곳의 한국인 학생이나 연구자들이 요즘은 다른 대학을 압도할 정도로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뛰어난 학문적 능력을 인정받아 교수로 임용돼 활동하는 한국인 과학자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정재웅 미생물·분자유전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정 교수의 학문적 업적은 '하버드대 최초의 한국인 종신교수'라는 직함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하버드의대는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지 못하면 종신 교수직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버드 의대는 종양바이러스학(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에서 정 교수가 세계 최고의 권위자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1998년 네이처메디슨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에이즈 환자에게 나타나는 '카포시육종'이란 피부암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발견,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발견한 건 1964년 이후 세계 네 번째였다.

정 교수는 지난 20년간 이 분야에서 8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정 교수가 이 같은 학문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연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는 게 가족들과 동료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둘째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돌보기 위해 잠깐 휴가를 냈을 때도 실험 진행 상황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잠시라도 틈이 나면 연구실로 달려간 일화는 유명하다.

하버드대 줄기세포연구소의 김광수 교수는 네이처 등 저널에 85편의 논문을 쓴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고,이 분야 대표 학술지인 '스템 셀'의 유일한 한국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몸 안에 축적되면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을 통해 최초로 규명,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지난 6월 차병원 그룹 계열 바이오 벤처기업인 차바이오텍의 줄기세포치료연구센터 공동 연구소장으로 영입됐다.

김영범 교수는 비만과 당뇨병 연구 분야의 떠오르는 과학자다.

김 교수는 건국대 축산대를 졸업한 후 일본 쓰쿠바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세포 신호전달 물질인 '로 키나아제'가 인슐린 분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 냈으며,미국당뇨협회로부터 '젊은 연구자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