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짜리 종신보험으로 해주세요.'

'연금 50만원짜리 가입할께요.'

보험에 가입하면서 이런 주문을 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재테크 점수로 치면 '빵점'이다.

곽근호 삼성생명 상무는 "무턱대고 20만원짜리 종신보험을 찾는 것은 '약국에 가서 허리가 아프니 파스 주세요,배가 아프니 가스활명수 주세요'라고 얘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본인의 재정상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막연히 '감'으로 상품을 선택한다는 것. 물론 이는 그동안 보험사들의 상품판매 관행과도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보험업계에 고객의 재정상황이나 가족의 재무목표 등을 정확히 파악한 뒤 그에 적합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른바 '맞춤형 재정설계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생명의 '라이프 파워 플래닝(LifePower Planning;LPP)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삼성생명의 LPP서비스는 고객이 설계사에게 가족의 재무목표(교육.결혼.주택구입 등)와 재정상황(월급.금융소득.가족관계.주택유무) 등 기본데이터를 제공하면 10년,20년,30년 뒤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기록된 보고서를 만들어준다. 해마다 교육비는 3~10%,물가는 2~4%,이자율은 2~8% 수준에서 인상된다는 가정 아래 재정설계가 이뤄진다.

곽 상무는 "LPP서비스는 국내 생명보험 업계 최초의 종합 위험관리 분석 프로그램으로 고객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변동하는 소득과 지출을 예측해 생로병사의 개념에 맞춰 재무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종합재무컨설팅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미래의 현금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미래의 가계부'인 셈이다.

예를 들어 '10살,13살 된 두 자녀의 대학교육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얼마 만큼의 비용이 필요할까''만일 가장이 질병으로 눕게 되거나 유고 상태가 되더라도 어여쁜 딸을 남부럽지 않게 교육시키고 결혼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까' 등 이 같은 문제를 LPP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2004년 도입한 LPP서비스가 최근 들어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지난 5월 리서치전문기관을 통해 2080명의 고객을 조사한 결과 LPP서비스를 받고 보험을 가입한 고객 가운데 78.5%가 "LPP서비스가 보험가입 결정시 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또 LPP서비스를 타인에게 소개하겠다는 응답도 56.4%에 달했다. 또 삼성생명 설계사 10명 가운데 8.5명이 이 서비스를 영업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맺은 신계약 가운데 LPP서비스를 경험하고 체결한 비율이 32.1%로 조사됐다.

이처럼 삼성생명의 재정설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다른 보험사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7일부터 복합재무설계 프로그램인 맥스플랜(MAX PLAN)을 개발해 본격적인 재무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자산관리 상담시 맥스플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홈페이지에서도 고객용 은퇴진단 프로그램을 운영,쉽고 간단하게 은퇴설계가 가능하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다.

한편 재무설계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지자 삼성생명은 10일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국제회의실에서 일반인 대상 재무설계 특강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