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한한 로버트 키미트 미국 재무부 부장관이 마카오에 동결된 북한 자금 문제를 6자 회담과는 별도로 북한과 양자 협의로 풀 용의가 있음을 밝히면서 우리 정부에 이라크 재건을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이 금융제재 해제에 집착하고 있는 가운데 6자회담을 진전시키는 게 급한 정부가 미국 측에 얼마나 성의를 보여야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국제적인 이라크 재건 사업인 '이라크 콤팩트'발족에 앞서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기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현금지원 기술지원 자문제공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이라크에 2억6000만달러의 무상 원조를 제공하기로 한 데 이어'이라크 콤팩트'에는 13개'핵심 원조국' 중 하나로 가입돼 있어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키미트 부장관 일행은 천영우 6자회담 수석대표 등 우리 측 외교부 관리들을 만나 이라크 콤팩트를 먼저 설명한 후 방코델타아시아(BDA)문제의 처리 방향을 소개했다.

키미트 부장관은 면담 후 기자들에게 "우리가 취한 행동(북한 자금 동결)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와 BDA 문제를 다루게 될 별도의 양자 체계에서 미 재무부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양자 체계'와 관련,키미트 부장관은 직전 방문지인 일본에서 미 재무부가 협의를 주도할 것이며,북핵과는 별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제재 해제 협의와 6자 회담을 분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한이 금융제재 해제에 집착하면서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한편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7일 베이징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 모스크바로 향했다.

강 부상은 이날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개인적인 일이고 건강상 이유"라고 방중 목적을 밝혔으나 6자회담을 앞두고 중국 러시아와 사전협의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