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이 자체 기획·제작한 오페라 '돈 카를로'를 7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베르디가 독일의 문호 프리드리히 실러의 희곡 '스페인 왕자 돈 카를로스'(1787년)를 바탕으로 만든 '돈 카를로'는 연주 시간만 3시간30분(총 4막)에 달하고 성악가 30여명과 100여명의 오케스트라,80여명의 합창단이 출연하는 대작.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오타비오 마리노는 "'돈 카를로'는 긴 작품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어 무게감을 주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며 "베르디의 작품 중 어려움과 매력을 동시에 갖춘 최고작"이라고 평가했다.

작품의 배경은 스페인이 최강의 무적함대를 자랑하던 16세기 유럽.정략적인 이유로 약혼녀 엘리자베타를 아버지 필립보 2세에게 빼앗긴 스페인의 카를로 왕자와 왕의 정부(情婦)인 애볼리 공녀,왕의 심복이자 왕자의 친구인 로드리고 등 5명의 등장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우정,배신,질투,음모 등 고전적인 주제가 베르디의 비장한 음악 속에서 펼쳐진다.

주인공역은 도밍고 콩쿠르 수상자로 '돈 카를로'역만 40여 차례 소화한 테너 김재형과 미국인 테너 세자르 헤르난데스가 번갈아 맡기로 했다.

필립보 2세역은 베이스 엔리코 주세페 요리와 함석헌이 맡는다.

필립보 2세와 카를로 사이에서 인간적인 갈등을 겪는 로드리고 역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바리톤 서정학과 강형규가 더블캐스팅됐다.

'라 보엠'(1998) '토스카'(2000) '가면무도회''라 트라비아타'(2003) 등을 통해 현대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자신만의 연출색깔을 선보였던 이소영씨가 다시 한번 연출을 맡는다.

이씨는 "연출 제의를 받고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간 1년 전부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어떨 땐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3주 동안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02)580-130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